[로펌을 찾아서] “무인차·드론 뜨는데, 우리 사법 시스템 제자리”

입력 2016-03-24 11:00 수정 2016-03-2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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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 인터뷰

정보력 갖춘 기업 소비자 분쟁서 유리하지만

글로벌 경쟁력 키우려면 실체적 진실 밝혀야

입증자료 법정공개 ‘디스커버리제’ 도입 필요

현대車 법률고문서 현대해상 사장 역임 이력

韓美 변호사 자격… ‘제조물 책임법’ 권위자

“무인자동차가 나오면 사회 인프라가 달라질 겁니다. 기사는 없어지고, 자동차 수는 3분의 1로 줄어들 거에요. 자동차 보험 규모도 줄어들겠죠. 2020년 무인자동차 시대가 열릴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21일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바른 본사에서 만난 하종선(61ㆍ사법연수원 11기) 변호사는 이같이 강조했다. 바른은 지난달 ‘드론ㆍ무인자동차 실무연구회(무인회)’를 출범했다.무인회에는 항공분야 소송을 경험이 있거나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구성원 등 20여명이 모였다. 제품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관계를 규율하는 ‘제조물 책임법’ 권위자인 하 변호사가 중심이 됐다.

하 변호사는 CEO 출신 변호사다. 미국 LA에서 4년 간 변호사로 활동한 뒤 1986년 현대자동차 상임법률고문을 맡았다. 2004년부터 3년간 현대해상화재보험 사장을, 2008년에는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을 맡았다.

그의 경력은 국내에서는 아직 제도적으로 자리잡지 않은 집단소송을 진행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과 우리나라 양쪽 변호사 자격을 가진 하 변호사는 현재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아시아나 착륙사고 배상 사건, 개별소비세 환급 사건 등을 국내ㆍ외 법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기업인 출신이지만, 그는 역설적으로 현재 기업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돼 있는 국내 사법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기업이 재판에 가면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정보를 선점한 기업이 승기를 잡기 쉽기 때문이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겁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효율적이면서도 바람직한 사회가 되는 길입니다.”

무인자동차나 드론,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기업이 지게 될 제조물 책임 위험 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머지않아 재판시스템도 국제화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도 법적 리스크를 견딜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직 기술이 미흡했던 현대차의 초기 해외 진출 시절, 제품 하자로 인한 각종 분쟁을 발로 뛰어다니며 막았던 경험이 그의 철학을 다지는 자양분이 됐다.

“우리나라 법원은 아직 피해 배상액을 너무 적게 잡아요. 특히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훨씬 못미칩니다.이번에 미국 헐크 호건 소송을 보면 경제적 손해가 5500만 달러, 정신적 피해가 6000만 달러에요. 거의 1대1 비율이죠.” 유명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은 성관계 동영상을 유출한 매체를 상대로 소송을 내 총 1억4010만 달러(1630억여원)를 배상받았다.

하 변호사는 대우자동차를 상대로 차량 급발진 소송을 내 1심에서 처음 승소하기도 했다. 제품에 대한 정보를 개인이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승소한 사례가 전무했던 사건이었다. 그는 고액의 손해배상액을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집단소송 제도는 물론, 소송 입증 자료를 법정에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디스커버리’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 법원에서 판단을 받더라도 같은 결론이 나와야 해요. 미국도 처음에는 이런 제도들 때문에 기업이 망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경쟁력이 더 강해졌어요.”

하 변호사는 인공지능 시대가 머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무인자동차가 교통사고를 냈을 때 배상책임 범위, 드론의 비행고도 제한과 토지소유권자와의 분쟁,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등이 예상가능한 새로운 분쟁 유형이다. “알파고(AlphaGO)가 발전하면 규격화된 변호사 업무는 인공지능에게 넘어가겠죠. 제 생각에 가장 뛰어난 알파로여(AlphaLawyer)를 개발하는 로펌이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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