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 뺀 건강식, 갤럭시S7의 7가지 맛

입력 2016-02-2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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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 센터(CCIB, 나는 언제나 씹이라고 읽는다)에서 갤럭시S7을 공개했다. 바로 몇 시간 전, LG전자가 G5를 공개한 직후다. 벌써 세븐이라니. 전 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상향 평준화를 이끌어온 갤럭시S 시리즈는 어디까지 온 걸까.

G5와 G5 프렌즈를 구경하며 워낙 여러 번 놀랜 터라 비교적 침착한 마음으로 갤럭시S7을 맞이했다. 삼성은 많이 변해있었다. 수치적인 스펙을 강조하고, 평생 안 쓸 것 같지만 신제품 발표회용으로 준비한 것 같은 요상한 신기능을 시연하던 삼성이 말이다. 갤럭시S7은 비교적 담백하고 담담하게 등장했다. 드라마틱한 변화나 충격적인 눈요깃거리도 없었다. 마치 본인들은 이제 깜짝쇼로 화제몰이를 꾀할 군번이 아니라고 말하듯이.

일곱 번째 갤럭시S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만지고 다듬어 나온 작품에 가까워 보였다. 무리하지 않았고, 어설픈 구석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G5가 짜고 맵고, 달콤하고, 새콤했다면 갤럭시S7는 조미료 빼고 만든 건강식 같았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난 조미료 잔뜩 친 음식도, 손맛 담긴 건강식도 다 잘 먹으니까.

우리 삼성만큼 쿨한 태도로 신제품을 들여다보자. S7이니까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후후.

1. 디자인

갤럭시S6의 디자인은 정말이지 훌륭했다. 작년, 바르셀로나 CCIB에서 제품 실물을 보자마자 “오, 이거 뭐야, 멋있어!”라고 외쳤으니까. 갤럭시S 시리즈의 디자인을 보고 감탄한 건 처음이었다. 몇 년간 이리저리 뭇매 맞아가며 먼 길 돌아와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다는 느낌이랄까. 오랜 기간 헤맸으니 모처럼만에 호평 받은 디자인을 놓치기는 아까웠을 것이다. 그래서 갤럭시S7의 디자인은 전작과 아주 비슷하다. 나란히 두고 차이점을 비교하지 않으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디자인 전략엔 장단이 따른다. 이미 좋은 평가를 받은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안전한 선택이며, 들쑥날쑥하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립해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단점은 지루함이다. 새로운 제품을 맞이하는 설렘이나 재미가 적다.

겉으로 보기엔 전작과 거의 똑같지만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에는 깨알 같은 변화들이 숨어있다. 커브드 글래스를 적용해 전작보다 더 곡선미를 살렸다. 갤럭시S6의 후면부는 너무 날카롭게 처리되어 있어 날이 선 그립감이었다면, 갤럭시S7 시리즈는 후면에도 커브드 글래스를 적용해 잡는 맛을 부드럽게 개선했다.

가장 큰 변화를 찾으라면 베젤이다. 이전 제품과 비교했을 때 베젤이 훨씬 얇아져 디스플레이만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요즘 중국 스마트폰 리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구라 베젤 하나 없이 매끈하게 빠진 진짜 제로 베젤 디자인을 보니 괜히 감동적이다. 두께는 갤럭시S7 7.9mm, 갤럭시S7 엣지 7.7mm. 무게는 각각 152g, 157g이다. 컬러는 블랙 오닉스, 골드 플래티넘, 화이트 펄, 실버 티타늄의 4가지. 아, 아쉽게도 핑크가 없구나.

2. 성능

요즘 스펙만으로 스마트폰을 논하는 건 한물간 방법이다. 그래도 갤럭시S 시리즈는 매년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갱신하는 제품이다. 예의상 스펙도 한번 줄줄 읊어주자.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는 각각 5.1인치, 5.5인치 QHD(2560x 1440)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프로세서는 엑시노스 8890과 스냅드래곤 820을 혼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G5 역시 채택한 퀄컴 스냅드래곤 820은 2.15GHz 듀얼코어와 1.6GHz 듀얼코어를 결합한 쿼드코어 CPU다. GPU는 아드레노 530. 엑시노스 8890은 2.3GHz 쿼드코어와 1.6GHz 쿼드코어를 결합한 옥타코어 CPU이며, GPU는 ARM 말리 T880. 이렇게 두 프로세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은 글로벌 수요를 원활히 충족하는 동시에, 삼성의 AP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모두 더할 나위 없는 고성능이 기대되지만, CPU 성능과 GPU 성능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만큼 사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릴 여지가 있다.

RAM은 4GB. 스마트폰 RAM 용량이 내 노트북과 같다니. 무시무시한 세상이다. 내장 메모리는 용량에 따라 32GB, 64GB 모델로 나뉘는데 마이크로 SD 슬롯을 지원해 최대 200GB까지 추가 확장 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최적화한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사실 PC도 스마트폰도 최고의 성능과 그래픽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고사양 게임을 해봐야 하는 법이다. 갤럭시S7은 게임을 위한 다양한 편의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 론처’, ‘게임 툴즈’를 기본 탑재했다. 또, 크로노스가 만든 차세대 고성능 표준 그래픽 API 불칸을 지원해 게임 플레이 시 그래픽 성능 향상과 효율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갤럭시S7이 USB 타입-C를 지원하지 않은 건 조금 의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른 액세서리와의 호환성이나 방수/방진을 위함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간다. 아직까지는 USB 타입-C가 주는 메리트보다 비 오는 날 전화받을 수 있는 메리트가 더 크니까.

3. 카메라

이번엔 카메라다. 요즘 스마트폰 발표회는 카메라 발표회가 아닌가 싶을 만큼 사진 촬영에 치우친 경우가 많다. 그만큼 손톱만 한 크기의 센서에 엄청난 것들을 담아낸다. 갤럭시S7과 S7엣지에는 스마트 OIS를 내장한 1,200만 화소 듀얼 픽셀 카메라가 들어갔다. 전작이 1,600만 화소였는데 왜 다운그레이드됐냐고? 왜 이러시나. 이 작은 센서에서 무조건 화소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갤럭시S7의 듀얼 픽셀 이미지 센서는 피사체의 상을 담는 이미지 픽셀과 초점을 맞추는 위상차 픽셀을 함께 사용하는 원리다. 결과적으로 본래 각각의 픽셀들이 다른 작업을 맡아 분업을 하고 있었다면, 듀얼 픽셀은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해내는 것이다. 덕분에 빛이 부족한 촬영 환경에서도 쉽고 빠르게 오토포커스를 맞추며 더 밝고 선명한 이미지를 담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 듀얼 픽셀 기술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새로운 기능도 추가됐다. 파노라마 샷을 촬영하는 동안 피사체의 움직임까지 기록할 수 있는 ‘모션 파노라마 샷’과 ‘모션 포토’는 아이폰6s의 라이브 포토를 리뉴얼한 것 같은 느낌이다. 아이폰의 타임랩스 촬영과 같은 개념인 ‘하이퍼랩스’ 촬영도 추가됐다.

사진은 결과물로 말해야 하는 법. 삼성이 공개한 갤럭시S7의 샘플컷을 몇 장 살펴보며 감을 잡아보자. 스마트폰 카메라라곤 믿을 수 없는 근사한 사진들이다.

4. 방수/방진

기사에서 너무 여러 번 언급해서 지겨운 분들도 있을 텐데, 나는 아이폰을 두번이나 변기에 빠뜨렸다. 나는 iOS를 몹시 사랑하지만 변기에 빠진 아이폰이 사망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방수 지원 스마트폰으로 갈아타야 하는가 진지하게 고민하곤 했다(물론 변기에 빠뜨리지 않고 쓰면 더 좋겠지만, 인생은 원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갤럭시S7은 나처럼 하드코어한 환경에 스마트폰을 굴리는 사람들을 위해 방수/방진 최고 규격인 IP68 등급을 지원한다.

심지어 USB 단자나 이어폰 잭 등에 커버가 없는데도 그냥 자체 방수를 지원한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맨몸으로 1.5m 수심에서 30분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기기라니. 갤럭시S7 사는 사람들은 좋겠다. 부러워진다.

5. 배터리

배터리는 정말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카메라가 뛰어나고, 성능이 뛰어나며, 빠르게 작동하는 스마트폰이라 해도 중요한 순간에 전원이 부족하면 아무 의미 없으니까. 게다가 일체형 디자인의 스마트폰에선 더더욱 그렇다. 갤럭시S7 시리즈는 여러모로 배터리 퍼포먼스 향상에 심혈을 기울였다.

먼저 용량을 늘렸다. 갤럭시S7은 갤럭시S6보다 용량을 18%가량 늘린 3,000mAh 배터리를 탑재했다. 갤럭시S7의 경우엔 갤럭시S6 엣지보다 38%나 파격적으로 늘어난 3,600mAh 배터리를 탑재했다. 게다가 유선 충전에서만 급속 충전이 가능했던 것이, 유/무선 환경에서 모두 가능하도록 개선됐다. 유선 충전을 기준으로 갤럭시S7은 90분, 갤럭시S7 엣지는 100분이면 완전충전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사용자 환경의 쾌적함을 도모하는 변화인 셈.

또, 갤럭시S7 시리즈에도 G5와 같은 개념의 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 기능이 적용됐다. 스마트폰을 켜지 않아도 간단한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24시간 활성화된 디스플레이다. 이 기능은 스마트폰 화면이 꺼짐과 동시에 실행되어 조도 센서를 통해 1분 단위로 화면 밝기를 조정한다. 배터리 소모량은 시간당 평균 1% 미만으로 실제 배터리 사용 시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6. 엣지에 대한 고민

엣지의 사용성과 편의성도 늘어났다. 쓸데없이 근사하기만 하고 막상 쓸모는 없었던 엣지 디스플레이에 대해 여러 고민을 거듭한 모습이다. 일단 엣지 패널 자체가 550 픽셀로 늘어났다. 텍스트 배열 방식도 가로로 바뀌어 가독성도 좋아졌다.

엣지 화면이 넓어지면서 특정인에게 전화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태스크 엣지’와 나침반, 자, 손전등 등의 도구 기능을 터치 한 번으로 실행할 수 있는 ‘빠른 도구 모음’ 기능이 추가됐다. 기존에는 앱스 엣지에 최대 5개의 앱을 등록할 수 있었는데 이게 10개로 늘어난 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메인 화면에서 엣지 기능을 실행하는 ‘엣지 핸들’ 기능의 경우 취향에 맞게 위치, 크기, 투명도 등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시각적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엣지 화면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늘어났다. 국내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쇼핑, 뉴스, 동영상 등을 즐길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아직까지는 부족해 보인다.

7. VR과 360

이번 갤럭시 언팩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장면은, 행사장을 가득 채운 5,000명의 관객이 일제히 기어VR을 착용하고 가상 현실의 세계로 빠져든 순간이다. 과연 삼성전자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압도적인 자본 파워가 돋보였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아낌없이 돈자랑(…)을 한 이유는 VR 시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그만큼 어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360도 영상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에 이어 등장한 ‘기어 360’이다. 이 카메라는 195도까지 촬영할 수 있는 두 개의 어안렌즈로 구성돼 있다. 이 두 렌즈로 촬영한 영상을 합치면 360도 콘텐츠가 완성되는 원리다. 기어 360을 사용하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360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신기방기한 360도 동영상을 어디에 공유해서 자랑하면 좋을까?

이 해답은 현장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관객들이 모두 기어 VR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사이 그들 옆을 유유히 지나간 한 남자가 있었으니,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였다. 그는 갤럭시 언팩에 현장을 직접 찾아 페이스북이 360도 동영상을 제작할 때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았다며, 기어VR이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을 재차 강조했다. 뜨거운 순간이었다. 갤럭시S7보다 저커버그에게 쏠린 관심이 더 지대했으니 말할 필요도 없겠지.

이들(삼성과 페이스북)이 그리고 있는 그림에서 VR이 차지하고 있는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향후 VR과 360도 콘텐츠가 스마트폰 셀피처럼 일상 속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것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일이 CEO들의 마음처럼 흘러가 주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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