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 시리얼' 동서식품 무죄 선고… '입법 구멍 우려' 현실화

입력 2015-12-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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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공 막지 못하면 유통기한 의미 없어져…관련 제도 정비해야

대장균이 검출된 시리얼을 살균처리한 뒤 새 제품에 섞어 제조한 동서식품 임직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판결로 문제가 있는 제품을 재가공해 다시 판매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안전한 식품 유통을 위해 제도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단독 신형철 판사는 17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광복(62) 동서식품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임직원 4명과 동서식품 법인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대표 등 5명과 동서식품 법인은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2차례에 걸쳐 대장균 검출 제품을 10%씩 새 제품에 섞어 재가열하는 방식으로 52만개의 제품을 제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제품은 △아몬드 후레이크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 △오레오 오즈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 △너트 크런치 등 5종이다.

■법원, "재가공한 제품 처벌 규정 없어…대장균 시리얼 최종제품 아니다"

사건의 쟁점은 대장균이 검출된 시리얼을 식품위생법상 처벌 대상인 '최종 제품'으로 볼 수 있는 지였다. 동서식품은 대장균이 검출된 시리얼을 살균해 정상제품과 섞어 새 제품을 만들었다. 검찰은 대장균이 검출된 제품이 이미 '최종제품'이라고 판단해 동서식품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문제의 시리얼이 이미 개별포장을 마쳤고, 유통기한 표시도 돼 있어 살균처리를 하기 전에 이미 최종제품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 판사는 "부적합한 식품의 재가공을 일반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며 "최종 포장까지 완료됐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검사과정을 반드시 거치기 때문에 적어도 그 단계에서는 제조 과정이 완전히 끝난 최종제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포장된 제품도 일정 시간마다 대장균 검사를 하고, 양성 판정이 나오면 소비자에게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위험성이 없는 만큼 법 규정을 확대해석해 제조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 재가공 처벌 못하면 유통기한 무의미…제도 정비해야

식품 전문인 김태민 변호사는 "판결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유통기한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식품위생법이 재가공을 명확하게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무죄 판결을 내릴 수 밖에 없지만, 사실상 문제가 있는 제품을 몇번이고 재가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가령 이번에 대장균 검출 시리얼을 재가공한 동서식품의 경우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다시 살균해서 재가공하면 '최종제품'에 문제가 없는 이상 1년이든 2년이든 유통기한을 계속 갱신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적합 제품 출고로 회수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큰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과연 최종제품에 대한 이번 판결이 맞는 지는 항소심에서 다시 논의할 필요는 있다"라며 "식품위생법이나 관련 법령에 최종제품에 문제제품 유통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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