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기업 '복지포인트' 통상임금 소송 확산…일선 법원 엇갈린 결론

입력 2015-11-0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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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기업 '복지포인트' 통상임금 소송 확산…일선 법원 엇갈린 결론

서울고법, '도시철도공사 2826명 청구 인용' 사건 심리 착수

공무원이나 공기업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는 소송이 전국단위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선 재판부마다 엇갈린 결론을 내리고 있어 향후 상고심이 진행될 경우 대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2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서울시 도시철도공사 근로자 2826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항소심 사건을 지난달 접수하고 사건 쟁점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도시철도공사가 가입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기획한 대규모 단체 소송으로, 1심에서 승소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3부(재판장 김귀옥 부장판사)는 지난 8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복지포인트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복지포인트, 임금으로 봐야 하나

공사 측은 해마다 모든 임직원들에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1000~1200점의 복지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이 포인트는 '복지후생관'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복지가맹업체에서 복지카드를 사용해 결제할 경우 1점당 1000원으로 환산되므로, 실질적으로 100만원 이상의 금액이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들이 청구하고 있는 임금청구금액은 128억여원이고, 통상임금 산정시 포함해달라고 요구하는 복지포인트 액수는 10억여원에 달한다.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 측은 근로의 대가이므로 당연히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사측은 복지포인트는 일반 임금과 달리 용도가 정해져 있고 사용방법도 제한적이어서 임금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2826명 소송' 서울동부지법, "복지포인트는 근로 대가"

일선 재판부들은 복지포인트가 현금으로 지급되지 않고, 양도가능 여부나 사용처에 제한이 있어 보통의 임금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지를 판단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복지포인트는 복지를 장려하는 취지인데, 사실상 기본급을 올려주지 않기 위해 상여금처럼 쓰이는 경우 도 있다"며 "내규나 제도 설계에 따라 쟁점이 복잡하고, 판단할 여지가 그만큼 넓다"고 말했다.

2800여명의 근로자로 구성된 원고측 청구를 인용한 서울동부지법은 "임금이란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이므로, 통화의 형태로 제공되지 않는다고 해서 임금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공사 측은 연내에 사용하지 않은 복지포인트가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는 점, 복지포인트를 부여받은 직원들은 포인트 일부를 다른사람에게 넘길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임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복지포인트 이월 문제는 이미 부여받은 임금의 사후 활용에 관한 것에 불과하고, 직원들이 포인트 전체에 대한 처분권을 보유하는 점에서 이미 해당 금액을 확정적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814명 소송' 대구고법, "복지포인트는 복지정책 결과물"…1심 판단 뒤집어

대구도시철도공사 직원 814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은 같은 사건에서 1심과 2심 결론이 엇갈린 사안이다. 1심 재판부는 "공사는 복지포인트를 임직원에게 일괄 지급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 복지 포인트는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됐다"며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으로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진성철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복지 포인트를 통상임금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복지포인트는 용도에 부합하는 사측 승인을 조건으로 하는 것으로, 매년 노사협의를 통해 정해지므로 '일률적이고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근로자는 사측에 결제신청을 하고 승인을 얻어야 비로소 이익을 얻게 되므로 근로자가 금전을 수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잔여 복지포인트를 다음 연도로 이월할 수 없고 △미용관련 의료행위나 유가증권 구매, 사행성 지출 등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는 점 △복지포인트 배정금액이 회사의 재정상황이나 영업실적 등을 근거로 노사협의를 통해 정해지는 점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통화'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서울남부지법, 울산지법 등도 판결 엇갈려…추가 소송 늘어날 듯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은 이외에도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 양천구 시설관리공단 근로자 70여명도 공단을 상대로 같은 취지의 임금청구소송을 냈지만, 지난달 서울남부지법은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울산지법 역시 같은달 울산시 계약직 공무원 28명이 울산시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공기업 근로자를 대리해 소송을 수행했던 한 변호사는 "복지포인트가 현금은 아니지만, 노동의 대가로 지급된 이상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전국 노조 차원에서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복지포인트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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