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수학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입력 2015-07-24 10:5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1) 11x11=4, 22x22=16, 33x33=?

(2) 3초 안에 답을 대시오. 아빠가 43세이고 아들이 13세라면 아들을 낳았을 때 아빠의 나이는?

(3)123,456,789+123,456,789-123,456,789÷123,456,789x123,456,789=?

1번 문제는 수학이 아니라 무슨 수수께끼 같다. 몇 달 전에는 정답을 알았는데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 2번 문제의 답은 30세 아닌가? 이렇게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왜 냈지? 무슨 함정인가? 3번 문제는 123,456,789라는 답을 알았지만, 생각해 보니 ‘수학의 오묘함’을 알려주는 문제가 아니라 숫자 장난이었다.

최근에 읽은 이런 ‘문제’나 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어떤 고등학생 녀석의 글이다. “이번 수학 시험 문제는 근래 보기 드물게 참 좋았다. 그래서 훼손하지 않기 위해 그대로 두고 나왔다.”

이 말에 공감하는 것은 내가 수학 때문에 망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나는 수학의 신비나 쓸모를 알 만한 실력을 갖춘 일도 없고, 앞으로 그럴 의사도 없다. 수학(수학문제)과 관계없이 사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들이 정말 많은 모양이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과정 개정을 앞두고 5월 7~21일 전국 초·중·고교생, 수학교사 등 90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로 드러난 현실이다.

22일 발표된 결과를 보면 “수학이 너무 어려워 공부를 포기했다”는 비율이 초등생 36.5%, 중학생 46.2%, 고교생 59.7%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포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반대로 수학이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초등학생 84.6%, 중학생은 52.9%, 고교생은 34.5%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조사를 실시한 시민단체는 이를 토대로 “9월에 발표하는 교육과정 개편에서 수학은 분량 20%를 확실히 줄여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대학의 학생 선발에서도 지나치게 수학 성적을 중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하와 벡터, 미분과 적분처럼 대학에서도 배울 수 있는 영역은 아예 고교과정에서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이 단체는 줄여서 ‘사걱세’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스스로 약칭을 만든 건지 기자들이 줄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참 대단한 이름이다. 이들의 주장 중 대학 신입생 선발에서 수학 성적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데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수학이 다냐?

수학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언젠가 초등학교 수학 문제를 풀어보다가 나는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다. 요즘 아이들이 정말 안쓰러웠다.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게 하려고 ‘이야기 수학’을 도입하고 학습 방법도 개선한다고 했지만 그야말로 별무신통인 것 같다. “수학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아우성과 외침이 점점 커져가는 것 같다.

수학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리기 위해 이번엔 진짜 수학 문제 하나를 인용한다.

“벌의 5분의 1은 능소화로 날아가고 3분의 1은 장미꽃으로 날아갔다. 그들 차이의 3배가 되는 벌은 나팔꽃으로 날아갔다. 나머지 벌 한 마리는 여기저기 오가다가 허공에서 헤매고 있다(아마 이 마지막 한 마리 벌은 수포자인가 보다). 그러면 벌의 숫자는 모두 합쳐서 몇 마리??”

이게 문제로 성립하는지, 답이 몇 마리인지 나는 모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미국 연준, 2회 연속 금리 동결...“중동 상황 불확실”
  • 유입된 청년도 재유출…제2도시 부산도 쓰러진다 [청년 대이동]
  • ‘S공포’ 견뎌낸 반도체…‘20만 전자‧100만 닉스’ 회복 후 추진력 얻나
  • 뉴욕증시, 금리동결에 유가 급등까지 겹치며 하락 마감…나스닥 1.46%↓
  • AI 혁신의 역설…SW 기업, 사모대출 최대 리스크 부상 [그림자대출의 역습 中-①]
  • 분류기준 선명해졌다…한국 2단계 입법도 ‘자산 구분’ 힘 [증권 규제 벗은 가상자산 ①]
  • 단독 투자+교육+인프라 결합⋯지역 살리기 판이 바뀐다 [지방시대, 기업 선투자의 힘]
  • ‘K패션 대표 캐주얼’ 에잇세컨즈, 삼성패션 역량에 ‘Z세대 감도’ 더하기[불황 깨는 SPA 성공 방정식④]
  • 오늘의 상승종목

  • 03.1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5,878,000
    • -3.33%
    • 이더리움
    • 3,263,000
    • -5.09%
    • 비트코인 캐시
    • 677,500
    • -2.87%
    • 리플
    • 2,172
    • -3.55%
    • 솔라나
    • 133,600
    • -4.84%
    • 에이다
    • 407
    • -5.13%
    • 트론
    • 453
    • -0.22%
    • 스텔라루멘
    • 253
    • -1.94%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260
    • -3.47%
    • 체인링크
    • 13,690
    • -5.85%
    • 샌드박스
    • 125
    • -3.8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