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추경으로 경제 살아날까

입력 2015-07-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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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정부가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방안을 내놓았다. 11조8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해 6조2000억원은 메르스와 가뭄을 극복하는 데 투입하고 5조6000억원은 세입결손을 보전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금 3조1000억원, 민자 2조3000억원, 금융지원 4조5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성해 민생회복과 경기활성화에 집중적으로 쓸 예정이다.

정부가 이와 같은 재정보강 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메르스와 가뭄의 고통을 해소하고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위기다. 수출이 올 들어 6개월째 감소다. 중국경제 침체와 엔화 및 유로화의 약세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내수도 가계부채와 고용불안으로 실종 상태나 다름 없다. 투자와 소비 증가가 멈춰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까지 유발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고 가뭄이 심해지자 경제가 숨이 막히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리스의 재정위기와 중국의 증시불안으로 인해 금융시장도 방향을 잃고 있다. 이번 재정보강은 공공병원 건립, 수리시설 확충, 사회간접자본 건설, 취약 근로자 취업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위축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경제를 정상적인 성장궤도에 올려놓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 기반이 함께 위축돼 돈을 풀면 투자나 소비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부동자금이 쌓이고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구조다.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팀이 들어선 이후 정부는 46조원의 재정자금을 풀고 기준금리를 4차례나 인하하는 등 과감한 팽창정책을 폈다.

그러나 부동산과 증권시장을 들뜨게 했을 뿐 실물경기를 살리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부동자금과 가계부채가 각각 800조원과 1100조원 이상으로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마찬가지로 이번 정책도 반짝 효과로 끝나고 부동자금과 가계부채 문제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재정보강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낮췄다.

실로 큰 문제는 경기부양을 위해 팽창정책을 계속 펼 경우 정부가 부실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갖고 있는 일반부채는 569조9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35.7% 수준이다.

그러나 공기업 부채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충당금을 합하면 2000조원에 육박해 국내총생산의 125%에 이른다. 정부는 경기침체로 인해 4년 연속 세수결손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부채를 갚기는커녕 세금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을 계속 편성하면 정부 재정은 급속도로 부실화할 수밖에 없다. 이번 추경에서도 정부는 9조6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한다. 같은 일을 반복할 경우 정부는 부도위기에 처하고 정책수행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이미 11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2000조원에 이르는 기업부채로 인해 부도위험이 높다. 여기에 정부가 정책을 올바르게 펴지 못하면 경제는 붕괴의 위기에 빠진다.

기업의 투자심리와 소비자의 소비심리가 실종 상태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가 심화해 정부부채, 가계부채, 기업부채가 꼬리를 물고 증가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이 악순환에 제동을 건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재정보강 정책은 불가피하다. 국회는 이른 시일 내에 추경에 대한 심의를 끝내 정부가 정책집행을 서두르게 해야 한다.

이번 재정보강은 메르스와 가뭄 때문에 나타난 경기위축과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지 경제 성장동력을 회복하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더욱이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재정위험 증가의 대가가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추경은 최소한의 규모에 그쳐야 한다. 우리 경제에 절실한 것은 구조개혁과 체질 개선이다. 정부부터 구조조정을 추진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정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기업부문에서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을 정리하고 창업과 투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가계부채도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채무자들의 상환능력을 높여야 한다. 그런 다음 필요에 따라 기준금리를 내리고 재정자금을 푸는 것이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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