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안에 고민 깊어지는 국민연금

입력 2015-07-10 08:55 수정 2015-07-10 10:23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에 맞서 국책펀드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지, 혹은 국민이 낸 세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로서 수익 극대화를 우선시해야 하는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9일 개최하려던 투자위원회 일정을 취소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가져올 파장이 워낙 민감하다 보니 양사 합병에 대한 찬반을 국민연금 내부에서 결정할지, 외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로 넘길지에 대한 결정조차 미루는 모양새다. 투자위원회가 이르면 10일 개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대결을 펼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다. 삼성 측이 이번 합병을 성사시키려면 국민연금의 도움이 절실하다. 삼성 측의 우호지분은 동일인 지분 13.99%에 KCC 지분 5.96%를 더한 19.95% 수준이다. 오는 17일 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하려면 주주의 참석률을 70%로 예상할 때 삼성은 최소 47%의 찬성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7.12%의 지분을 보유한 엘리엇은 16%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 합병 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든 국민연금의 판단은 합병 성패와 직결된다. 국민연금의 판단은 국내외 기관투자가는 물론 소액주주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하면 이번 합병 건은 주총 표 대결을 볼 것 없이 무산된다.

두 회사의 합병 결과가 가져올 사회·경제적 파장이 상당하고 여론 또한 찬반양론이 팽팽해 국민연금이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에 부담감이 크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진영은 국민연금이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을 방어하는 보루가 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책펀드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인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학자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전제로 “국민연금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중·장기적 영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경제 차원에서 봤을 때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외국의 투기자본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재벌 지배구조 개혁을 주장하는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이 낸 세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하는 국민연금이 손해를 무릅쓰고 경영권 승계를 돕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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