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이상한 대한민국 인사청문회

입력 2015-05-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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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전에서 인사청문회를 찾아보면 이렇게 규정돼 있다.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는 ‘상대적 청문회’가 돼서는 안 된다. 즉, 기준에 맞지 않으면 모조리 걸러내는 ‘절대평가’에 의한 청문회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문회는 ‘상대평가’에 의한 청문회가 돼 버린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여러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연속적으로 열릴 경우, 상대적으로 문제가 많은 지명자에게 야당은 공격을 집중한다. 즉, 특정 후보자가 ‘절대적 기준’으로 볼 때는 문제가 있지만, 다른 장관 지명자에 비해 드러난 문제점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고 판단되면, 그냥 통과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어떤 교수 출신 장관 지명자는 논문 자기 표절로 낙마하지만, 어떤 장관 후보자는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병역 문제가 의심이 될 때도, 다른 장관 지명자나 총리 후보자가 더 큰 의혹이 있는 경우엔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장관 혹은 총리가 되고 말고는 정말 ‘재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할 정도다. 한마디로 누구와 함께 인사청문회를 하느냐에 따라 장관 지명자의 운명이 갈린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청문회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청문회가 이 꼴이 된 책임은 순전히 정치권이 져야 한다. 문제가 있는 지명자 혹은 후보자를 마냥 비호하는 여당도 문제이고, 정치적 역풍만을 생각하며 그냥 몇 명만 낙마시키고, 다른 사람들은 통과시켜 주는 정치적 판단을 하는 야당도 문제다. 문제가 있으면 다 낙마시키든지 아니면 차라리 청문회를 없애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지금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청와대가 총리 혹은 다른 장관 후보자를 지명할 때, 청문회를 일단 치러 본 이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 같아서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이번에 신임 총리 후보자가 된 황교안 법무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법무장관에 지명될 때 청문회를 거쳤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은 이랬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한 직후 야당의 칼날은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집중됐었다. 당시 김병관 후보자는 1999년 2사단장에 재직할 당시 부대 내 시설공사와 관련한 비리 사실을 보고받고도 묵살해 경고를 받은 점과, 무기 중개상 자문 중 K-2 엔진 수입 수주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부인은 위장전입, 아들 아파트 증여 시 편법 탈세 의혹도 받고 있었다. 덕분에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청문회를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총리에 대한 인준 청문회라는 점에서 다르다기보다는 이번 청문 대상자가 황교안 후보자 혼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과거 청문회에서는 그냥 넘어갔던 문제들이 이번에는 넘기에 쉽지 않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청와대가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 과거 청문회를 경험했다고 해서, 다음번에도 역시 수월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이미 청문회를 경험했던 인물을 총리 혹은 장관 후보로 지명할 때, 어떤 환경에서 청문회를 통과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고려 없이 단순히 청문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그리고 정치권도 이런 상대평가에 입각한 청문회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란 정치적 판단을 위해서 하는 통과의례가 아니라, 적임자를 뽑아 정부가 잘 돌아가게끔 만드는 과정이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렇기에 청와대와 정치권 모두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원칙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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