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연금불통의 청와대,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15-05-20 10:31 수정 2015-05-20 10:3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通則不痛이요 不通則痛이라).”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의 말이다.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개혁 문제를 놓고 여야와 정부, 청와대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생각난 말이다.

4월 임시국회 말미에 여야가 어렵게 접근한 공무원연금개혁안 합의가 청와대의 제동으로 무산되더니, 지난 주말에는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이 만나 이견을 해소했다던 일이 결국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퇴로 이어졌다.

연금개혁의 책임을 정무수석이 져야 되는가도 의문이고, 대통령의 일개 비서가 사퇴의 변으로 여야 정치권을 훈계하는 전도된 광경도 어색하지만 연금개혁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암벽 등반하듯 등정목표와 시간을 정해놓고 몰아붙이는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정국 운영의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여야와 청와대, 복지부 사이에 벌어진 국민연금 논란은 더욱 씁쓸한 그림자를 남겼다.

5년 앞을 내다보는 중기재정운영계획조차 단 한 차례도 지켜본 적이 없는 정부의 백년 뒤 국민연금 걱정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30년 뒤에 적립금이 2560조원으로 최대치에 이른 뒤, 20년 동안 급속히 기금이 소진된다는 가설도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본다.

연금 지급을 위해 기금의 투자분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투자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것이고,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금의 소진 시점 논란으로 국민연금의 신뢰를 떨어뜨리기보다 기금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등 투자자산을 매각하지 않고도 연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국민연금재정계산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연금의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은 5.64%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3~4%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수익률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도 된다. 또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금 투자수익률을 0.5% 높일 때 기금 소진연도는 3년이 늘어나고, 1%를 높일 땐 최장 8년이 늘어난다. 여기에 연금기금의 수익성 자산에 대한 투자비율을 높여 나가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 밖에도 기금 소진시점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합계출산율, 경제활동참여율, 경제성장률, 임금상승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국민연금 기금의 소진시점을 늦추기 위해 기금 투자수익률 제고 등 당연히 해야 할 직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야 간 국민연금 소득보장률 50% 인상 합의에 대해 1702조원의 세금폭탄, 보험료폭탄을 운운하며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그동안 야당의 법인세 정상화 요구와 관련해 예산절감, 지하경제 양성화, 새로운 세원의 개발 등이 선제되어야 한다며 법인세율 인상을 반대해 온 태도와는 정반대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연금개혁에 대해 정권 내 소통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에 과제를 던져주고 성과만 요구하는 식이다. 정권 내부의 소통도 막히는데 국민과의 소통은 얼마나 잘 되겠나 싶다.

허준의 불통은 사람의 몸을 놓고 한 말이지만, 나라의 일에 적용해 봐도 하나 틀린 것이 없다. 다만 통하지 않는 것은 정치인데, 아파야 하는 것은 국민인 것이 다를 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아이돌 레시피와 초대형 상품…편의점 음식의 한계 어디까지?[Z탐사대]
  • 제니와 바이럴의 '황제'가 만났다…배스 타올만 두른 전말은? [솔드아웃]
  • 단독 금감원, 가상자산거래소에 감독분담금 청구한다
  • "중국이 중국했다" 손흥민·이강인 향한 좁은 속내…합성사진 논란
  • 쿠팡 "'평생 먹은 것 중 제일 맛없다'는 직원 리뷰가 조작?" 공정위에 반박
  • “동해 석유=MB 자원외교?”...野, 의심의 눈초리
  •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라”...쉬지 않고 뻗어나가는 ‘뉴월드’ [정용진號 출범 100일]
  • 집단 휴진 거부한 아동병원, 의협 회장 맹비난 "'폐렴끼' 만든 사람들"
  • 오늘의 상승종목

  • 06.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747,000
    • +0.57%
    • 이더리움
    • 5,042,000
    • +4.52%
    • 비트코인 캐시
    • 610,500
    • +3.47%
    • 리플
    • 691
    • +3.6%
    • 솔라나
    • 205,100
    • +2.09%
    • 에이다
    • 584
    • +1.21%
    • 이오스
    • 933
    • +2.19%
    • 트론
    • 163
    • -1.81%
    • 스텔라루멘
    • 139
    • +2.21%
    • 비트코인에스브이
    • 70,200
    • +1.01%
    • 체인링크
    • 21,080
    • +1.49%
    • 샌드박스
    • 541
    • +1.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