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인사이드] 월마트의 ‘쇄신’...유통업계, 변해야 산다

입력 2015-03-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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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뉴욕특파원

미국 유통업계가 급변하고 있다. 서민 물가를 좌우한다는 월마트부터,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최고경영자(CEO)가 사퇴하는 곤욕을 치렀던 업계 2위 타깃까지 변화의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다.

월마트는 오는 4월부터 비정규직을 포함해 근로자 임금을 시간당 9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이는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보다 20% 이상 많은 것이다.

월마트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130만명에 달한다. 이번 임금 인상으로 직접적인 혜택을 볼 직원만 50만명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노동 착취 기업이라는 평가와 함께 한때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고 불렸던 월마트는 저임금이라는 해묵은 악재를 털어내면서 기업 이미지도 개선될 전망이다.

학계에서도 월마트의 결단을 반기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월마트의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하위 소득층의 중산층 진입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월마트는 최근 취업 교육에도 거액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유통업계 취업자를 지원하는 교육 비영리기관에 1600만 달러를 기부한다는 것이다.

월마트는 앞서 기업의 요구와 근로자 숙련도 차이에 따른 업무 능력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5년간 1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소한 고용과 관련해서는 ‘환골탈태(換骨奪胎)’까지는 아니더라도 ‘쇄신(刷新)’이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업계 1위의 행보에 경쟁업체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고급 브랜드 할인 전문 매장인 TJ맥스를 포함해 마샬, 홈굿스의 모기업인 TJX가 오는 6월부터 정규직과 임시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을 최소 9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특히 캐롤 메이로위츠 TJX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은 근로자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그는 임금 인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난 38년 동안 TJX의 성공을 이끈 것은 직원들”이라고 강조했다.

의류업체 갭은 이미 지난해 시간당 임금을 9달러로 끌어올린 바 있다.

미국 유통업계는 전체적인 경영전략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타깃은 이달 중순 1700명 규모의 감원을 발표하면서 온라인 쇼핑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타깃은 이를 위해 올해 자본지출 중 절반을 기술 부문에 투자할 방침이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쇄신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아마존닷컴 등 온라인업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연말 홀리데이 쇼핑 시즌 매출이 4% 증가한 가운데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급증할 정도였다.

소비자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서비스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유통업계를 움직이는 배경이다. 변하지 않는다면 생존 자체가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것이다.

이케아의 진입으로 시끄러운 한국 유통업계의 상황은 더 위태로워 보인다. 생활용품을 판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를 팔았다는 오명과 함께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홈플러스를 포함해 업계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바닥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변해 있다. 선진국의 유통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국내 업체들에 거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연회비를 내야 하는 부담에도 미국계 회원제 할인점 코스트코에 대한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높은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좋은 가격과 높은 품질이 유통업체의 기본적인 성공 조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단순한 가격 인하만으로 소비자들을 돌려세우겠다는 생각은 안일할 뿐만 아니라 고루하다.

월마트가 임금을 올리기 위해 단기적으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써야 하지만, 결국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자는 월마트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막대한 비용에도 임금 인상을 단행한 것은 직원 역시 소비자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가 ‘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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