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머니’, 국가대표 ‘욕쟁이 할머니’ 김수미를 완성하다 [리뷰]

입력 2015-02-2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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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머니' 포스터(NEW)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사랑이 무서워’는 40만(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의 적은 관객 수를 기록했음에도 단 한 장면 때문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수작(?)’이 됐다. 극 중 방에서 은밀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 임창정에게 능숙하게 욕을 퍼붓는 배우 김수미의 모습이 바로 그 이유다. 이 장면은 큰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오로지 김수미이기 때문에 가능한 ‘욕쟁이 할머니’의 가치를 되새겨줬다. 김수미의 욕은 정화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지만 듣기 싫거나 반감이 생기지 않는다.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혹은 어머니에게 들었던 욕이 단순히 기분 나쁜 욕으로만 들리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할머니의 욕에는 내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진심어린 애정이 숨어 있다. 표현이 거칠면 거칠수록 ‘반감’이 아닌 ‘반성’의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이를 갖가지 규제가 상존하는 대중매체에서 표현한 장본인이 바로 김수미다.

“사람에게 상처 주는 욕도 있지만, 사람의 한을 풀어주고 살리는 욕도 있다.” 영화 ‘헬머니’(제작 전망좋은 영화사, 배급 NEW)의 메가폰을 잡은 신한솔 감독의 말이다. ‘헬머니’는 신 감독의 말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배우 김수미가 출연한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인다. 욕의 수위가 높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언짢음’보다 ‘감동’을 기대하는 이유도 김수미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원조 여신’ 김수미의 젊은 시절 사진으로 시작된다. 극 중 이정순(김수미) 할머니는 얼핏 자식 농사 잘 짓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할머니처럼 보이지만 사기, 공무집행방해, 특수폭행 등으로 옥살이를 하고 나왔다. 두 아들은 서로 성이 다르고, 젊은 시절 아들을 고아원에 맡겨 원성이 자자하다. 그러던 중 서바이벌 욕 배틀 프로그램인 ‘욕의 맛’에 출연하게 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NEW)

“이런 XXX, XXXX. XX야 XXX XX.” 극장 안에 평생 들어보지 못했던 욕의 향연이 펼쳐진다. ‘헬머니’는 한 마디로 김수미 욕 연기 인생의 결정판이다. 차지고 시원한 욕은 온갖 스트레스로 물든 현 사회에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나아가 욕을 통해 우리네 어머니들의 고충과 자식에 대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다.

올해 만 64세의 나이로 영화 분량의 80%를 차지한 김수미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혼신의 열연을 펼쳤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쌓아온 연기 내공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정만식, 김정태, 이태란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이 능숙한 신 스틸러의 면모를 보이며 김수미의 ‘원맨쇼’를 충실히 뒷받침한다. 여기에 정애연, 이영은의 연기 변신과 젊음은 극적 풍성함을 더한다. 신 감독은 김수미를 중심으로 화려한 멀티캐스팅을 잘 버무려 ‘욕’이라는 예민한 소재가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해냈다.

(NEW)

‘헬머니’의 욕은 108분의 러닝타임 내내 계속된다. 이 점이 불편함으로 다가갈지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대리만족으로 다가갈지 오롯이 관객이 느끼고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3월 5일 국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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