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2월 7일 家給人足(가급인족)

입력 2015-02-07 09:3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家給人足(가급인족) 집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하네

몇 년 전 어떤 문예지가 문인들을 상대로 좋아하는 우리말을 적어 보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소설가 박완서(1931~2011)는 그때 ‘넉넉하다’를 골랐다. 그의 개성 고향 집은 부자가 아니었지만 마음은 넉넉했고, 고향 사람들의 정신자세도 넉넉했다고 한다.

반대말은 뭘까? 모자라다나 부족하다일까? 이 대답은 뭔가 모자라는 느낌이 든다. 모자라다는 충분하다 넘치다의 반대말이 아닐까? 넉넉하다는 말의 어감에 짝할 만한 반대말이 얼핏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아름다운 말이어서 박완서는 넉넉한 걸 특히 좋아한 게 아니었을까?

집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하다는 가급인족도 입춘첩에 잘 등장하는 말이다. 거의 예외 없이 ‘국태민안(國泰民安: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다)’ 다음에 쓴다. 나라에서 백성으로, 집에서 개인으로 평안과 풍족함이 흘러내린다. 일종의 낙수(落水)효과인가?

가급인족의 출전은 중국 후한시대에 반고(班固 32~92)가 저술한 <한서(漢書)>다. 한서는 사마천(BC 145?~BC 86?)의 <사기>와 함께 ‘사한(史漢)’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중국 고대의 대표적 역사서다. 가급인족과 비슷한 말로는 집집마다 풍요롭고 부유하다는 가돈이부(家敦而富)를 들 수 있다.

정말이지 국태민안 가급인족이면 얼마나 좋으랴? 이른바 요지일월 순지건곤(堯之日月 舜之乾坤), ‘요 임금의 세월에 순 임금 세상’을 바라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이것도 입춘첩에 많이 썼던 문구다.

그런데 우리는 가급인족이나 가돈이부는커녕 가한인빈(家寒人貧)이라고나 해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문제다. 2014년 9월 말 현재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7%로 집계됐다. 정부는 올해 20조 한도의 ‘가계부채 구조개선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데, 과연 잘 될는지 걱정이다. fusedtree@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흰자는 근육·노른자는 회복…계란이 운동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 [에그리씽]
  • 홍명보호, 멕시코·남아공과 A조…'죽음의 조' 피했다
  • 관봉권·쿠팡 특검 수사 개시…“어깨 무겁다, 객관적 입장서 실체 밝힐 것”
  • 별빛 흐르는 온천, 동화 속 풍차마을… 추위도 잊게 할 '겨울밤 낭만' [주말N축제]
  • FOMC·브로드컴 실적 앞둔 관망장…다음주 증시, 외국인 순매수·점도표에 주목
  • 트럼프, FIFA 평화상 첫 수상…“내 인생 가장 큰 영예 중 하나”
  • “연말엔 파티지” vs “나홀로 조용히”⋯맞춤형 프로그램 내놓는 호텔들 [배근미의 호스테리아]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3,666,000
    • -3.15%
    • 이더리움
    • 4,532,000
    • -4.53%
    • 비트코인 캐시
    • 841,000
    • -2.55%
    • 리플
    • 3,041
    • -3.18%
    • 솔라나
    • 199,500
    • -4.32%
    • 에이다
    • 620
    • -5.78%
    • 트론
    • 429
    • +0.47%
    • 스텔라루멘
    • 359
    • -5.03%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400
    • -2.25%
    • 체인링크
    • 20,450
    • -4.39%
    • 샌드박스
    • 210
    • -5.8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