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으로 우뚝 선 ‘CEO 현정은’…좌절은 없다

입력 2006-10-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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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그룹에 이은 ‘汎 현대家’ 중 재계 14위

지난해 매출 6조5240억, 순이익 5510억 탁월한 경영성과 입증

취임 후 경영권 위협 잇단 外風…지배기반 강화 작업 진행

현대건설 인수전 공식화…재도약의 기틀 마련 여부도 관심

현대그룹 현정은(51) 회장이 지난 21일 취임 3주년을 맞았다. 현대가의 ‘조용한’ 며느리에서 지난 2003년 10월 남편(고 정몽헌 회장)으로 부터 현대그룹을 물려받은 현 회장은 적자 투성이였던 그룹을 흑자로 돌려세우며 이제

‘CEO 현정은’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올해를 본격적인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그룹 모태인 현대건설 인수에 뛰어드는 등 경영 보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하지만 현 회장은 취임 3주년을 맞아 또다시 시험대에 섰다. ‘북핵’ 사태로 대북사업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둘러싼 현대중공업그룹과의 대립의 ‘불씨’는 현재진행형이다.

현 회장이 일련의 ‘외풍(外風)’들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와 결단이 주목받고 있다.

◆ 2000년 이후 잇단 계열분리로 현재 9개 계열사 거느려

현대그룹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지난 1947년 설립한 현대토건사(현 현대건설)을 모태로 1950년대 전후복구사업, 1960년 이후 현대건설의 해외진출, 1970년대 현대중공업의 최초 해외수주에 이르기까지 1990년대까지 한국의 최대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2000년 이래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손을 떼자마자 2000년 3월 공동회장이던 2남 정몽구 회장과 5남 정몽헌 회장간의 갈등인 ‘왕자의 난’이 일어났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인천제철 등을 갖고 2000년 8월 현대그룹에서 분리해 나갔다.

이듬해 3월 정 명예회장이 별세한 후 두달 뒤 현대건설이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등 대주주 지분을 완전감자 처리하고 그룹에서 분리됐고, 8월에는 하이닉스반도체가 분리돼 나갔다.

2002년 2월에는 고 정 명예회장 6남인 정몽준 의원 계열의 현대중공업이 계열분리에 나서 현대중공업 그룹으로 새출발했다.

현대그룹의 재계 순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는 14위(4월1일 총자산 기준 7조1000억원). ‘범(汎) 현대가(家)’ 중 현대자동차그룹(2위, 62조2000억원), 현대중공업그룹(8위, 17조3000억원)의 뒤를 잇고 있다.

현대그룹에 남아있는 계열사도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현대아산, 현대택배, 동해해운, 해영선박, 현대유엔아이, 현대경제연구원 등 9개사 정도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지난해 6조5240억원의 매출과 5510억원에 이르는 순이익을 거두며 다른 그룹과 비교해 손색없는 경영성과를 냈다.

현대그룹의 정점에는 지난 2003년 8월 고 정몽헌 회장이 별세한 후 ‘경영 대권’을 이은 부인 현정은 회장이 자리잡고 있다.

현 회장은 1955년 딸만 넷을 둔 사업가 집안의 둘째로 태어났다. 훗날 현대상선에 흡수된 당시 신한해운의 현영원(78) 회장이 아버지다. 어머니는 김용주 전남방직 창업주의 외동딸인 김문희(77) 현 용문학원 이사장이다.

◆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택배 지배구조 중심축

최근 현 회장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12일 120억원을 동원해 현대택배 유상증자 실권주를 대량 인수, 12%의 지분으로 3대주주에 올라섰다.

현대그룹 9개 계열사간 지배구조의 중심축은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 및 현대상선, 현대택배 등 3개사가 맡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로서 18.6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현대상선은 현대택배(48.78%)를 비롯해 현대증권(12.79%), 현대아산(36.9%), 동해해운(51.0%), 해영선박(80.0%), 현대경제연구원(25.4%) 등 현대유엔아이(22.7%)를 제외한 현대그룹 6개 계열사의 최대주주이다.

현대상선 계열사인 현대택배는 다시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해 현대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가장 많은 12.2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택배-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3각 출자구도’ 속에 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이 다른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를 띠고 있다.

특히 현대택배-현대엘리베이터의 연결고리가 형성된 것은 지난 7월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중이던 자사주 12.07% 등을 인수하게 되면서 부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또 보유중이던 현대택배 지분 18.7%를 현대상선에 매각했다.

현대택배로서는 현대엘리베이터 자사주 매입을 통해 현대그룹의 지배구조를 떠받치는 또다른 중심축으로 부상한 셈이다.

당시 이를 놓고 증권가에서는 다분히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 현 회장 최근 현대택배 대규모 출자 지배기반 강화

당시 계열사간 주식 매매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현재 42.09%로 끌어올려 놓고 있다. 현 회장 모친 김문희 이사장 19.36%, 현 회장 3.92% 등 현 회장 일가가 24.82%, 현대택배가 12.27%, 현대증권이 4.9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에는 현대엘리베이터 18.72%, 케이프포춘 10.01%, 현 회장 1.67%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32.56%에 이르고 있다. 우리사주조합 5.74% 등 우호지분을 합할 경우 40.54%에 달한다.

따라서 현대택배에 대한 현 회장의 지분 매입은 그룹 지배구조의 또다른 중심축으로 부상한 현대택배의 오너 지배력 강화 차원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타 계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량의 지분 확보가 손쉬운 현대택배 실권주 인수를 통해 그룹 전체의 지배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져놓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증자 이전까지 현대택배에 대한 그룹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48.78%가 전부였다. 하지만 정리금융공사의 증자 불참(증자후 지분율 20.6%)과 현 회장의 실권주 대량 인수 등으로 현대택배에 대한 그룹 지분은 총 64.0%에 달하고 있다.

상법상 특별결의(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및 발행주식 3분의 1 이상) 절대지분(66.7%)에 육박하는 규모다.

◆ 현대상선 지분 최대 45%대로 확대 ‘철옹성’ 구축 작업 진행

현 회장이 이 같은 행보는 취임 이후 경영권을 흔드는 잇단 외풍(外風)에서 비롯된다.

지난 2003년 10월 현대가의 ‘조용한’ 며느리에서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현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시삼촌과 길고 지루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이 2003년 8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이면서 본격화된 경영권 분쟁은 이듬해 3월 30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서 현 회장이 승리할 때까지 8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올 4월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현대상선 주식을 기습적으로 사들이며 적대적 인수합병(M&A)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둘러싼 현 회장과 현대중공업그룹간의 대립의 ‘불씨’는 아직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선 지분 25.48%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2003년 현대그룹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에 적대적 M&A를 시도했던 KCC그룹이 현대상선 지분 5.90%를 갖고 있다.

지난 24일 현대엘리베이터와 아일랜트계 넥스젠캐피탈이 현대상선 지분 4.51%(600만주)에 대해 주식스왑 계약을 체결한 것도 현대상선의 경영권 위협에 대한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다.

이번 거래는 넥스젠이 만기 5년간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지분매입 과정에서의 비용 등을 고려해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넥스젠은 현대상선 주식을 장내에서 직접 매입하거나,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사들여 지분 4.51%를 현대엘리베이터에 넘기는 구조다.

◆ 현대건설 놓고 현대중공업그룹과 일전 앞둬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단연 현대상선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매출 4조8456억원, 순이익이 3864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현대상선이 현대그룹내에서 차지하는 막중한 비중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이 확보해 놓고 있는 41%의 지분 규모로는 현대상선을 완전히 ‘수성(守城)’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현대건설의 인수 향방에 따라 현대상선 지분구조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지분 8.30%를 보유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현대건설 M&A는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간에 양보할 수 없는 ‘일전(一戰)’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으로 핵분열하기 전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이어갈 수 있다. 현대건설은 고 정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일구면서 모태가 됐던 기업이다. 현대그룹의 적통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상선이 지난 6월 4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데 이어 지난 16일 상환우선주 발행 결의를 통해 3000억원의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선 것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에 대한 인수 의지를 엿보게 한다.

만일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고 KCC그룹과 연대한다면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상선 지분 39.68%를 확보, 현대상선에 대한 현대그룹과의 지분 격차를 1%내로 좁히게 된다.

따라서 현대엘리베이터와 넥스젠과의 이번 스왑거래는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우호지분을 최대 45.05%까지 확보, 경영권 위협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설령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해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8.30%가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넘어간다해도 경영권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지분구조를 갖춰놓겠다는 것이다.

취임 3년 동안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경영자 현정은 회장의 향후 행보와 결단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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