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는 나아졌지만…“외환위기 때보다 현실은 더 팍팍”

입력 2014-12-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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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저성장세 지속되고 집값 하락에 대출 부담 커져…자신감 회복못한 채 경제활동 경직

“외환위기 시절보다 사는 게 더 힘들어요. 앞으로도 어려우면 더 어려웠지 나아질 것 같지 않네요.”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15년여간 하다가 여러 사업을 거쳐 5년 전부터는 서울 송파구에서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50대 박씨. 그는 한국사회에서 어엿한 중산층이지만 이같이 하소연했다.

경제지표상으론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 시절보다 지금이 더 낫다. 그러나 소득계층에 상관없이 그때보다 현재가 더 어렵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왜일까.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0년대 초중반 5~10%의 경제성장률을 구가한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1998년 성장률이 -5.7%로 고꾸라졌다. 이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 3.5%에 비교했을 때 훨씬 상황이 나쁘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지금 경제가 더 힘겹다고 느끼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에는 경제회복 속도가 가팔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장률 추이를 보면 1999년 10.7%, 2000년 8.8% 등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2010년(6.5%)을 제외하고는 3%대 이하의 저성장세가 지속하고 있고 향후에도 이런 기조에 얽매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는 경제가 바닥을 쳤기 때문에 향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경제심리가 빠르게 회복했지만 최근에는 저성장세가 수년간 지속하면서 경제 자신감이 꺾였고, 재난에 불과한 지난 4월의 세월호 사태에도 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못한 모습이다”며 “여기에 외환위기 때는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어렵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나만 더 안 좋은 것 아니냐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경제활동이 더욱 경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외환위기 시절에는 지금과 달리 ‘자산효과’가 있었다. 자산효과란 자산가치의 증가로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1998년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지만 순간이었고 부동산 불패 신화도 유효했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 1호인 부동산 가격은 방향을 아래로 틀었다. 이렇게 되자 부동산 호시절 대출을 받아 투자에 뛰어들었던 중산층들은 최근 만기일을 맞아 이자와 함께 원금까지 갚느라 헉헉거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지나치게 높아진 대외의존도도 경제성장을 체감하기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입총액을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대외의존도는 1997년 66.2%에 불과했으나 이후 오르막길을 걸었고 2010년 이후부터는 100%를 지속적으로 상회하고 있다. 즉 수출 위주의 성장을 하다 보니 내수가 침체하고 일자리 창출도 더뎌지게 된 것이다. 아울러 일자리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선택한 자영업은 제로섬 게임으로 치달았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간은 과거보다 현재의 고통을 더 생생히 느껴 실제와 달리 현재가 더 어렵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는데 사람들이 최근의 경제상황을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이런 영향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며 “그러나 이런 인식은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줄 뿐이므로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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