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나, ‘위키드’·‘겨울왕국’ 쌍끌이 흥행 주역…“내 심장 뛰게 하는 무대” [이꽃들의 사람들]

입력 2014-04-1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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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박혜나(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주인공으로 바로 뮤지컬 배우 박혜나(32)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화제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OST ‘렛 잇 고(Let It Go)’의 한국어 더빙 버전에서 폭발적인 성량을 과시함은 물론, 국내 초연의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의 주인공인 엘파바 역에 혜성처럼 캐스팅돼 맞춤옷을 입은 듯 호평을 이끈 것이다. 그야말로 쌍끌이 흥행의 주역이다.

꼬박 7년의 기다림이었다. 2006년 소극장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한 박혜나는 2008년 연극 ‘룸넘버 13’, 2009년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 2012년 뮤지컬 ‘심야식당’ 등 연극과 뮤지컬을 가리지 않고, 대학로와 크고 작은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키웠다. 주위에선 신데렐라처럼 뮤지컬 스타로 떠올랐다고 칭송하지만, 막상 그녀는 겸허했다.

“늘 해왔던 일을 반복한 것일 뿐인데, 너무 잘 되니까, ‘이유는 뭘까’ 라고 생각도 해보고요. 더 베풀면서 살아야겠다 싶어요. SBS ‘스타킹’에 출연도 하고, ‘겨울왕국’과 ‘위키드’를 통해 동시에 다가온 기회들 덕에 제 운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고요.”

‘위키드’와 ‘겨울왕국’의 흥행의 중심에 서 있던 박혜나는 이 같은 경험에 대해 “단단한 퇴비가 돼, 제 안에 뿌리 내린 자양분이 됐다”고 털어놨다. 늘씬한 키에 먼저 시원스럽게 악수를 청한 그녀지만, 인터뷰 내내 조곤조곤한 말투를 이어갔다. 구절 하나하나, 그녀가 내뱉는 말의 분위기 속엔 ‘감사함’이 깊게 베 있었다. 차돌 같은 단단한 목소리와 파워 있는 가창력으로 관객석을 휘어잡는 무대 위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스스로 나약한 편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주위에선 소위 ‘두려움이 없다’며 긍정적으로 봐주기도 해요. 저도 ‘일단 부딪히고 보자’라고 생각해요. 넘버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부르며 천정으로 치솟을 때 두려울 수도 있지만, 전 안 그렇더라고요. 즐기려고 노력해요. 때로 두려움이란 건 기회를 빼앗아가 버리잖아요.”

오리지널 제작진이 직접 발탁한 박혜나는 실로 엘파바의 내면과 닮아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스로 재단하는 자신보다 실로 강인함을 지닌 그녀였던 것이다.

“제가 이전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보다, 엘파바를 이해하는 폭이 컸어요. 엘파바가 ‘왜 이런 행동을 할까’라고 생각해보면 금세 이해가 갔죠. ‘위키드’는 내용도 결코 얕지 않아요. 각자가 가진 만큼 볼 수 있죠. 그 다양성과 주입할 수 있는 만큼 볼거리도 무궁무진하죠.”

▲뮤지컬 배우 박혜나(사진=뉴시스)

초록색 피부를 가진 탓에 따돌림 받지만 당찬 면모를 지닌 엘파바는 불의에 저항하는 용기로 초록 마녀가 돼 세상에 맞선다. 하얀 마녀 글린다와 나누는 우정은 그녀의 남자친구 피에로와 빠지는 사랑 때문에 금이 가기도 한다.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각색한 ‘위키드’는 일면 동화 같지만, 묵직하게도 ‘다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박혜나는 작품을 향한 해석을 뜻 깊게 여기고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위키드’란 작품의 존재가 감사하다는 박혜나는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도 이번 작품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고백한다.

“일단 일을 시작하고, 배우의 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집 안에선 막내에다, 부모님은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공무원이시기에 불안정한 삶을 과연 해낼 수 있을까란 고민도 많이 했죠. 이 길에 열정이 있었음에도 교육을 받고자 하는 마음도 자제했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10년만 해보자’란 마음으로 불안감을 달랬어요. 사실 이 직업을 택한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했죠. 이 불안한 마음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됐어요. 모든 걸 내려놓고 무대 위에서 열심히 하자. 시간과 돈을 신경 쓰지 말고, 관객을 위해서 즐겁게 동료들과 무대 위에서 감정을 쏟아내자 싶었죠. 모든 것을 내려 놓아서 그런지 ‘위키드’ 오디션도 즐겁게 봤고요. 합격 연락 받고 주변 사람들과 많이 울었는데, 제 스스로 안으로 많이 배우고 겸손해진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 박혜나(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

본래 가진 실력에 비해 자신을 낮추어 말하는데 익숙해 보인 그녀는 늘 ‘왜’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이 같은 자성의 목소리 덕택에 박혜나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처럼 자신에게 한없이 엄격한 잣대를 기울이는 것은 사실 스스로가 갖는 이상이 높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겸손하게 되지만, 남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는 걸요. 제가 실제로 부족한 점도 있지만, 사실 최선을 다해서 모든 것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요. 원하는 기준점이 높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녀는 무대 위에서 한없이 빛난다. 돌파력 있는 박혜나의 목소리는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인터뷰 내내 겸손함이 엿보였던 박혜나는 자신의 ‘가창력’을 강점으로 인정하고 감사하게 여겼다.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처음으로 인정받은 느낌을 준 것이 노래에요. 노래는 제게 행복감을 주는 일이에요. 무대 위 연기는 제 심장을 뛰게 해주는 일이고요.”

박혜나에게 천운처럼 찾아온 기회는 끓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 성과의 등가물일 것이다. 연기자의 길을 멈출 수 없는 것은 무대 위에서 느끼는 충만한 감정 때문이다.

“상대방과 호흡이 살아 있을 때, 서로의 감정이 오갈 때, 살아있는 언어로서 대화를 할 때, 연기의 매력을 새로이 느껴요.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캐릭터를 맡든 부끄럽지 않게 잘 해내는 게 목표고요. 공연장을 찾는 관객 분들에게 책임감도 더욱 느끼고 있습니다.”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한 채, 부단히 갈고 닦고자 하는 배우 박혜나, 그녀의 싱그러운 초록빛 미소가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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