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자동차 보험] “무사고車 보험료 절감” vs “손보사 적자 메우기 꼼수”

입력 2013-12-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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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보험 할인·할증 ‘사고 건수제’ 도입 논란… 손보사는 환영 소비자 단체는 모순

▲지난달 28일 보험개발원이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에서 연 ‘자동차보험 개별할인할증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이 말하는 전경. 사진제공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이 제도 도입 24년 만에 전면 개편된다. 자동차보험 할인·할증기준이 사고 점수제에서 사고 건수제로 전환된다.

기존 할인·할증제도는 1989년 도입 당시 사망사고가 많은 인적사고 비중을 낮추기 위해 설계됐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사고에서 인적사고가 줄고 물적사고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현재의 사고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행 사고점수제는 사망사고 4점, 가벼운 접촉사고 0.5점 등 사고의 경중에 따라 점수에 차등을 둔다. 사고로 1점이 오르면 보험료는 평균 6.85% 상승한다.

이에 지난달 28일 여의도 화재보험협회 강당에서 열린 ‘자동차보험 개별할인할증제도의 평가와 개선’공청회에서는 대인사고와 물적사고 구분하지 않고 사고 1건당 보험료를 할증하고 할증기간을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건수제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무사고 운전자는 4.0% 정도의 보험료 인하 효과를 볼 것으로 분석됐다.

이경주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고 건수제로 변경되면 무사고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줄일 수 있고, 보험체계도 합리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차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사고 발생률을 줄이는데도 크게 일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차량은 총 1731만5777대다. 이중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무사고 차량은 79.9%(1383만908대)다. △1건 발생 16.7%(288만8001대) △2건 2.8%(49만361대) △3건 이상 0.6%(10만6507대)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를 근거로 보험개발원은 건수제로 변경하면 3646억원의 보험료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개발원은 “제도 변경시 사고위험이 큰 사람에 대해 적용된 보험료 할증 액수만큼 무사고자의 보험료가 절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 손보사들은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할증 규모를 늘릴 수 있고, 위험도에 맞는 적정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춘근 동부화재 이사는 “현재 제도 하에서는 차 사고가 나면 3년 동안 할증이 이어진다. 아무리 작은 소액 사고라도 한번 나면 3년 동안 할인을 받을 수 없다”며“건수제로 바뀌면 사고가 나 이듬해 할증이 되더라도 그해 사고를 내지 않는다면 곧바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이사는“현재 보험료 할증 규모가 불충분한 상태”라며“위험도에 맞는 적정 보험료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건수제 도입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

신종원 YMCA 실장은 “건수제가 도입될 경우 사고가 1건 나면 다음해 20%까지 할증이 예상된다. 어떤 운전자가 받아들일 수 있겠나”며 “빈번한 사고 발생이 전체 수지의 부담이 되니, 건수제로 변경해 보완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도 건수제에 대해 “보험금 지급은 줄이고 보험료는 더 받아 손보업계의 수입을 늘리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기욱 금소연 보험국장은 “차 사고의 대부분이 소액사고이며, 외제차의 경우 수리비가 국내차보다 3.5배로 손해율이 높아 국내차 운전자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보험료를 인상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음에도, 이번에는 대형사고와 소액사고를 똑같은 건수로 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건 모순된 논리”라고 밝혔다.

한편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전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영업수지 적자는 633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적자는 비단 지난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자동차보험의 적자는 각각 9203억원과 1조5369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자동차보험 개선 대책이 나온 직후인 2011년에도 40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적자를 모두 합하면 무려 7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자동차 보험 적자가 위기에 다다랐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건수제 도입 안이 제시됐지만 손보사와 소비자단체 둘 다 불만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 적자가 누적돼 20년 넘게 잰걸음만 해왔다”며 “건수제도 전체 보험료를 올릴 수 있는 안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손보사가 합심해 일방적으로 건수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불리한 보험료 산출 방식 도입은 물론 보험료를 올리기 위한 꼼수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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