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R&D 예산삭감 파장 시나리오

입력 2024-0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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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IT부장

연구현장 인력 이탈 현실화하고
中企 위탁일감 줄어 도산위기도
‘R&D투자=생산성 강화’ 깨닫길

“재임 중 R&D(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4일, 국민과 대통령이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R&D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5일,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

R&D 예산 삭감을 맞은 첫 해,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나온 발언들이다. ‘과학입국·기술자립’의 비전을 품은 우리 정부에서 수조 원의 R&D 예산 삭감은 사실상 초유의 일이다. 결국 과학기술을 홀대한다는 시각에 예산 확대를 언급하며 과학기술계를 달래려는 듯하다.

R&D 예산 문제는 지난해 윤 대통령이 ‘카르텔 이권’의 핵심으로 지목한 뒤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애초 2% 증액하려고 했던 R&D 예산이 대통령의 질책으로 16.6% 줄었다. 그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R&D 시스템 개혁과 예산 삭감 필요성에 대해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해 청년 연구자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매우 컸다. 결국 지난 연말 국회 심의를 거쳐 정부 R&D 예산이 전년 대비 14.7%(4조6000억 원) 줄어든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한 것은 통계가 작성된 1964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1991년 연구개발 예산이 줄었던 적이 있지만, 집계방식이 바뀌면서 수치상으로만 삭감됐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R&D 예산은 늘렸다. 따라서 2024년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합의가 이뤄졌던 우리 경제의 마지막 금도가 깨진 해로 시작됐다.

현재, 과학기술계는 충격과 혼돈에 빠져있다. 4조6000억 원의 R&D 예산 삭감이 가져올 불확실한 미래가 현실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연구현장에서는 주요사업비가 삭감되면서 당장 새로운 연구개발은 물론 기존 사업에 포함된 외부인력(인턴, 석·박사생, 박사후과정 등) 인건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현장에서도 R&D 예산 삭감에 따른 폐해가 드러났다. 출연연이 대학, 기업 간 공동연구를 비롯해 위탁연구, 용역계약 등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KAIST 석·박사과정생의 일부에선 R&D 예산 삭감 이후 미래 진로에 대한 불안감으로 중도에 학교를 자퇴하거나,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세금을 축내는 카르텔로 낙인찍힌 인재들이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중소기업 뿌려주기’ 방식의 R&D를 카르텔의 핵심으로 지목하자, 중소기업들의 연쇄 도산도 불가피하다. 올해 출연연 주요 사업비가 최대 20%가량 삭감되면서 출연연으로부터 아웃소싱을 받아 업무를 수행해온 중소기업들의 일감이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대학과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협력하거나 위탁하는 형태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중소기업들도 계속해서 성장해왔다. 그러나 연구비가 줄어들면서 출연연 내부 인건비를 줄일 수 없으니 위탁, 공동사업부터 삭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이렇듯 R&D 예산 삭감 후폭풍은 과학기술계에 그치지 않고, 대학과 중소·벤처기업, 스타트업 등 산업계까지 연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은 1.7%다. 2014년 3.4%에서 10년 만에 반토막 나는 것이다. 인구 감소와 생산성 하락으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안은 R&D 투자다.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인구 문제에 비하면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청룡의 해, 긴축 경제 기조의 희생양인 듯한 R&D 투자가 과학기술계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우려까지 낳고 있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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