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구내식당 전쟁… ‘인재 블랙홀’ 그 회사 남다른 ‘메뉴의 품격’

입력 2020-0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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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요리 교실·푸드 스타일리스트 영입 등 차별화

글로벌 기업들이 사내 ‘먹는 문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멋진 공간과 맛있는 음식이 제공될수록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업무 의욕이 높아져서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업들이 우수한 젊은 인재를 모시기 위해 식사 문화를 사내 복지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사무가구 제조업체 스틸케이스가 직원 수 10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구내식당이 있는 기업은 61%였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었다. 인도가 82%로 가장 많았고, 영국과 미국은 각각 58%, 59%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국가는 폴란드로 42%에 그쳤다.

단순히 식당만 있는 것도 아니다. 마치 카페에 온 것처럼 매력적인 분위기에, 유명 레스토랑 요리를 먹는 것처럼 고급스러움을 추구한다.

이런 문화의 선구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들이다. 식사를 무료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소위 ‘스타’ 셰프를 전진 배치하고 있다. 구글은 일찌감치 식사 문화에서 혁신을 이뤄냈다. 전 세계 50개국에 있는 사무실에 구내 식당과 카페를 마련했다. 아침, 점심, 저녁, 간식까지 공짜에 고가의 랍스터 요리부터 프렌치 토스트, 베트남 샐러드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구글의 가장 유명한 구내 식당으로는 뉴욕 맨해튼의 ‘헤미스피어’가 꼽힌다. 헤미스피어는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뷰도 갖췄다. 그야말로 입과 눈이 호강이다.

애플도 뒤지지 않는다. 애플 구내 식당인 ‘카페 맥’에는 미국식은 물론 멕시칸, 이탈리안, 일본, 스페인, 프랑스 음식들이 제공된다.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인 드롭박스는 카페테리아 ‘턱 숍’을 운영 중이다. 드롭박스는 다른 IT업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특별히 전 세계 유명 요리사들과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을 대거 영입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의 ‘카페 룩소’는 들어서자마자 영화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들이 반겨준다. 안쪽 홀은 마치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에 온 느낌을 준다.

이에 뒤질세라 다른 기업들도 구내 식당 개조에 팔을 걷어붙였다. 유능한 젊은 인재들을 고급 구내식당이 있는 경쟁사에 빼앗기는 걸 막기 위해서다. 스위스 금융기업 UBS는 미국 본부 내 식사 공간을 호텔 로비같이 아늑하게 꾸며 먹는 일을 즐겁게 만들었다. 사내 요리 교실도 열었다. 직원 간 협력을 북돋우면서 새로운 기술도 배우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건축회사 관계자는 “유능한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세대마다 가치관이 다른데 젊은 층 우수 인력을 모셔오기 위한 관건 중 하나가 식사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먹는 일에 이토록 공을 들인다는 건 2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던 20년 전을 이렇게 회고한다. “당시 사무실에서 일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모두가 말했다”면서 “진정한 의미는 다양성의 요구였다. 변화는 즉시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난 5년간 사무실의 본질과 가치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변화의 바람을 전했다.

재택 근무가 늘어나는 등 최근 흐름을 감안하면 구내 식당의 미래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매력적인 공간에서 직원들의 눈·코·입을 호강시키는 일이 기업들의 성과를 좌우한다는 공식은 변함이 없다.

홀리 윌리엄슨 넬슨월드와이드 이사는 “구내식당이나 음식에 버라이어티가 없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서 “더 좋은 공간을 만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사무실에 일하러 오고 싶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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