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준금리는 짱가? 또 도진 금리인하 만능주의

입력 2020-0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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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금융 전문기자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 짜~장가 엄청난 기운이 (중략) 당당하게 지구를 지킨다. 짱가 짱가 우리들의 짱~가.”

1973년 일본에서 제작되고 1976년 한국에서 방영된 만화 ‘우주소년 짱가’의 노랫말이다. 가사처럼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알았는지 나타나 당당하게 지구를 지켰던 짱가에 어린 시절 열광하곤 했었다.

채권시장과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한국은행이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2%대까지 떨어지며 환매조건부채권(RP) 7일물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한은 기준금리 1.25%에 바싹 다가섰다. 통상 만기가 긴 채권의 금리가 높고, 기준금리보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0~30bp(1bp=0.01%포인트)가량 높은 것이 정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2월 금리인하를 100% 반영하고도 남은 것이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위축되는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롯데백화점 본점과 이마트 마포점이 임시휴업으로 문을 닫았고, 길거리에 사람이 줄며 소비가 위축될 조짐이다. 또,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현대기아차 공장이 멈춰서는 등 제조업까지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벌써부터 1월 경제성장률(GDP)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확진자가 나온 한 달 뒤인 2015년 6월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한은의 전례도 예로 들고 있다. 당시 한은은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며,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었다.

반면, 통화정책은 이미 몇 가지 이유로 한계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추가 금리인하 시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우선, 통화정책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 이는 한은은 물론이거니와 연구기관에서도 인정한 대목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통화정책 파급 메커니즘이 과거 같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작년 9월 한국금융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008년과 같은 경기침체가 재발할 경우 경기부양효과가 낮아진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이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문제도 여전하다. 신종 코로나 사태 직전 문재인정부는 사실상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정부는 작년 말 12·16 부동산대책을 내놨고, 문재인 대통령도 올 초 신년사를 통해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 금통위원도 최근 “금리인하는 상류에 있는 저수지에서 수문을 열고 하류에 있는 논에 물을 대는 것과 같다”며 “결국 문을 열고 부동산이라는 논에만 물이 들어가질 않길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로 환율도 요동치는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3일 한때 1198.5원까지 치솟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달 23일 종가(1168.7원)와 비교하면 무려 29.8원(2.55%)이나 급등한 것이다. 10일 현재 원·달러는 1190원을 중심으로 등락 중이다. 외환당국과 외환시장에서는 1200원을 자본유출의 주요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달러 상승을 부추길 금리인하를 단행하긴 어렵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에 와 있는 것도 변수다. 이미 실효하한을 우려할 만큼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많지 않다. 선제대응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 사태가 확산한다면 한은으로서는 쓸 만한 카드가 사실상 없다.

끝으로, 메르스 때와 달리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부진이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앞서 일부 금통위원과 한은 고위관계자도 “메르스 때는 메르스도 있었지만 경제상황이 나빠질 때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인하를 단행했었다”며 “지금은 경제가 좋아지는 상황이었다”고 평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와 그 파장을 가늠키 어렵다는 점에서 금리인하 기대감은 일견 타당할 수 있다. 다만,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짜짜짜짜’ 하고 나타나는 짱가처럼, 금리인하 만능주의가 타당한지는 곱씹어볼 대목이다.

사족 하나를 단다면, 현시점에서 한은이 대응을 한다면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통해 피해를 보는 업종을 지원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kimnh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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