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지친 몸과 맘을 위로하는 ‘치유농업’

입력 2019-11-0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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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황정환 원장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황정환 원장
뉴욕에는 동서로 800m, 남북으로 4km에 이르는 직사각형 모형의 초대형 공원이 있다. 바로 1857년 조성된 센트럴 파크이다. 공원 설계자인 프레더릭 옴스테드는 당시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 이 규모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공원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의 주장에 공감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뉴욕에서 흙을 밟고 식물과 소통하는 공간의 부재는 상상하기 쉽지 않다.

센트럴 파크처럼 자연이 접목된 우리의 농촌도 최근 지친 이들이 쉬어가는 치유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3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치유농업’이란 단어는 정확히는 농업과 농촌 자원을 이용해 국민의 신체, 정서, 심리, 인지, 사회관계 등의 건강을 꾀하는 활동과 산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농업 힐링, 녹색치유농업, 사회적 농업, 건강을 위한 농업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 1100개의 치유농장을 중심으로 국민이 치유농업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을 때 원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정부가 유기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치유농업의 본질은 치유라는 가치를 농업을 통해 제공한다는 데 있다. 그럼 농업의 어떤 점이 치유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손가락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같은 도구로 반복되는 연습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우리의 뇌는 금세 흥미를 잃고 만다. 그러나 식물을 옮기거나 심는 작업을 하게 된다면, 또 같은 식물이어도 모양이나 크기, 색이 조금씩 다르다면 인간은 집중력을 발휘해 작업을 지속할 수 있다. 특히, 녹색 식물은 적은 양이라도 인간의 몰입도를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식물을 기르는 동안 우리는 그 식물에 대해 애착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식물의 성장을 기다려주고, 나날이 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 나아가 자연의 순환 체계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몇 해 전 농촌진흥청은 식물을 기르며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초·중기 암 환자와 학교에 적용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암 환자의 경우 우울감이 45% 줄었고 스트레스는 34% 줄었다. 아울러,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식물을 기르는 활동에서는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는 감소하고 자녀의 자존감과 정서적 표현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최근 연구는 더 흥미롭다. 전북 순창에서 생활 습관성 질환 대상자를 대상으로 모종 심기, 꽃·채소 가꾸기, 콩 수확하기 등을 진행한 결과, 참여자들의 스트레스 호르몬은 28.1% 줄어들었고 허리 둘레는 평균 2cm 감소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인슐린 분비 기능을 보여주는 지표 또한 47.4% 증가하였다. 이 연구는 치유농업의 효과가 심리적인 것을 넘어 신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367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자살뿐 아니라, 당뇨와 고혈압 같은 생활 습관성 질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치유농업 가치 확산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식물 치유 효과 발현 원리를 검증하는 등 추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나이와 직업, 건강 상태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 자원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생산 수단을 넘어 체험과 관광, 그리고 건강 증진 수단으로서 우리 곁에 와 있는 농업. 치유농업으로 국민 행복지수, 그리고 건강지수도 상승곡선을 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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