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별’ 임원 명암] ①임원 그 후… 대기업 ‘별’이 지기 시작했다

입력 2019-11-03 17:30 수정 2019-11-0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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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단 지 3년 만에 공장 폐쇄... 발만 담갔다 떠났죠"

▲김상원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사무국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김상원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사무국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임원이 직장의 꽃? 별? 그런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대우그룹 공채에서 대우차로 200명 왔는데, 지금 남아 있는 사람 가운데 임원은 2명 정도 될 겁니다.”

김상원 자동차기자협회 사무국장의 뿌리는 대우다. 1994년 1월 대우그룹으로 입사한 김 사무국장은 25년 동안 홍보 업무를 맡아 오며 홍보 상무 자리까지 역임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998년 대우그룹 해체, 2002년 GM 인수 후 지엠대우를 거쳐 현재의 한국지엠까지 대우자동차의 역사를 직접 목격했다. 1968년생인 그는 48세에 임원 반열에 올랐다.

김 사무국장은 “2015년 4월에 임원으로 승진해서 3년 8개월 정도 재직했다. 길게 하는 임원들은 10~13년까지 한다. 임원 세계에 발을 잠시 들여놓고 퇴직해 임원생활을 조금 맛본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가 은퇴한 시기는 지난해 말. 현재 자리가 확정되기 전에 회사에 사표를 내고 나왔다. 무작정은 아니지만, 퇴직 이후는 준비되지 않은 채였다. 나가라고 등을 떠민 이는 없었다. 그가 회사를 떠난 이유는 ‘공허함’ 때문이었다.

김 사무국장은 “처음 대우차에 입사한 뒤 부평공장 사내홍보를 담당하다가 1995년 군산 공장이 준공되며 홍보를 맡아서 했다. 그러나 20년 만에 공장을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면서 이 상황을 바라보고 견디기 어려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혈기왕성한 신입사원 때 준공된 군산 공장을 대내외에 미친 듯이 홍보했었는데, 내 손으로 공장 접는 것을 언론에 알리려니 굉장히 착잡했다. 그때 회사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회사를 떠날 때 많은 이들이 만류했다. 주변에서는 가장인 그를 향해 미쳤다는 소리도 했다. 50대는 직장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죽는다라는 말도 그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특히 ‘임원으로 있다가 퇴직하면 더 힘들다’는 말이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의 결정에 힘이 되어 준 건 가족이었다.

김 사무국장은 “편안하게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아내에게 퇴직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는 담담하게 ‘고생 많이 했다’고 말하더라. 깜짝 놀라기도 했고 화를 내면 덜 미안할 텐데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절반을 쏟아부었던 회사, 그곳을 떠나며 울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눈물이 나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퇴직을 결정하기까지 기간이 길었고, 고민도 두려움도 많았다. 누적된 피로감, 착잡함 등이 뒤섞여 있었다. 그런 감정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사람, 그리고 그들과의 대화였다”며 “지금 되돌아보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서도 기회가 많더라”라고 말했다.

강대선 한일오닉스 대표는 STX 임원 출신이다. STX그룹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때 재계 순위 13위까지 올랐지만 무리한 확장 경영과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2014년 해체됐다. 강 대표는 이때 회사를 퇴임해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한국벤처투자 본부장, 팍스넷 경영총괄 사장을 거쳐 올해 9월부터 중소ㆍ벤처기업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강 대표는 2008년에 STX에서 임원 생활을 시작해 7년간 재직했다. 이후에도 다른 직장에서 임원으로 계속 재직하고 있어 현재 12년째 임원으로 살고 있는 셈이다.

그가 STX 임원으로 재직할 당시 가진 애사심은 남달랐다. 임원이 되면서 경영진 일원으로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는 것이 좋았다. 회사 주요 전략적 의사 결정에 참여하면서 주도적으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게 했다고 한다.

그는 “수동적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좋았다”면서도 임원생활의 가장 큰 고충으로 임시직을 꼽았다. 1년 단위의 평가로 언제든지 현직을 떠날 수 있어서 고용의 불안정성이 가장 큰 고충이었다.

다양한 곳에서 임원생활을 경험하고 있는 강 대표는 또 다른 고충으로 경영환경을 꼽는다. 그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직하면서 대기업 경영과 중소기업 경영의 차이를 많이 느꼈다. 조직ㆍ인력ㆍ전략 등 대내외적인 경영 여건이 매우 달랐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출신의 한 중소기업 임원은 “대기업 임원 출신이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다”며 “그만큼 대기업의 울타리가 높고 단단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LG 계열사 출신의 K 상무는 국내 중견기업에서 임원을 맡고 있다. K 상무는 LG 계열사 한 곳에서만 23년 근무한 LG맨 출신이다. 그가 자리를 옮긴 건 2010년. 부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임원 승진에서 끝내 탈락하자 회사를 떠났다. K 상무가 입사할 당시 동기는 80명. 현재 5명 정도가 임원으로 남았다.

그는 “부장까지는 적자인생이고 임원이 돼야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 50대 초반에 임원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나이와 연차를 보면 임원승진 가능성이 없어 보였고 그때 빨리 나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직장에서 ‘별’을 달았지만, 임원의 삶은 쉽지 않다. 인정받을 만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에서 온 사람은 소모품이다. 조직 역량을 키워달라고 스카우트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력직들은 1년 이내에 50% 나가고, 3년 있으면 70%가 나간다. 5년이 되면 80~90%가 그만두는데 그 시간이 지나야 조직의 진정한 일원이 된다"고 털어놨다.

베이비붐 세대인 K 상무는 임원 정년이 멀지 않았다. 그에게 임원은 말 그대로 ‘임시 직원’이다. 그의 선배 한 명은 임원이 되자 가족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임시 직원이 됐으니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다.

<관련 기사 보기>

([대기업 ‘별’ 임원 명암] ①대기업의 별 임원 대해부…그들의 희로애락)

([대기업 ‘별’ 임원 명암] ①짐 싸는 ‘별’들…임원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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