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시정24시] 서울시의 ‘낄끼빠빠’

입력 2019-06-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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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차장

‘낄끼빠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한다는 신조어다.

지방자치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역설적이지만 선거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 행정 수반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 년에 한 번 정해진 소득으로 살아가야 하는 가정의 경우 자식들에게 균등한 생활비와 교육비, 의류비 등 여러 용도를 나눠서 사용한다. 그런데 한 자식이 ‘나는 최저 생활비, 교육비, 의류비를 어느 수준 이상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밖에 나가 내가 잘나서 나만 우리 집에서 이런 혜택을 받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린다면 그처럼 철없는 자식도 없을 것이다.

스스로 부를 창출해서가 아닌 한정된 돈으로 살아가는 한 가정에서 한 자식만 그런다면 나머지 가족들은 상대적으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뽑힌 지방자치단체장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민간 기업들이 생사를 걸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 세금 수십억 원을 쓰고도 성과가 제로라고 해도 사과하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하면 그만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뛰어드는 것도 ‘낄끼빠빠’를 제대로 못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한숨을 자아내게 만든다.

반면 세계 최초 5G 자율주행 공개를 앞두고 있는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부나 지방자치 단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혼자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존재했을 때 가치가 있다고 한다. 현대차가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삼성전자가 전장부품, SKT가 자율주행차를 5G망으로 연결하고, 에스트래픽이라는 중소기업이 자율주행에 필요한 도로 인프라를 개발해도 실제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5G 포럼 집행위원장인 김동구 연세대 교수는 “5G 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정부 주도로 속도를 높여 5G 비즈니스 시도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5G와 자율주행을 하나로 묶는 솔루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예산을 사용해 많은 사업 기회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젊은층에 매달 돈 몇 푼 쥐어주는 것보다 효과가 크고 장기적으로 봐서도 낫다.

노인 복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케어 로봇을 개발하는 로봇 기업이 있다면 그 로봇을 노인복지 차원에 제공하는 데 예산을 써야 한다. 기업이 이윤을 창출해 세금을 내고, 일자리가 증가해 근로소득세가 늘어나고, 노인들에게 현실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현명한 부모는 자식에게 돈을 물려주기보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물려준다는 말이 있다. 자식을 망치려면 현금을 주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현금을 무차별적으로 뿌리는 포퓰리즘에 대해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서울시의 5G 자율주행 인프라 사업은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skj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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