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60. 윤정원(尹貞媛)

입력 2017-07-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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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공부한 유학파…여성교육•계몽 앞장

윤정원(1883~?)은 한국 최초의 유럽 여자 유학생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한말의 문명 개화론자이다. 한성고등여학교 교사가 되어 여성 교육과 그 계몽에 힘쓴 인물이다.

대한자강회 회장을 지낸 운정(雲庭) 윤효정(尹孝定)의 장녀로 1883년 서울 창신동에서 태어났다. 아호는 남휘(藍輝)이다. 아버지 윤효정이 사제 관계를 맺고 아들처럼 아낀 일본 유학생 최석하(崔錫夏)와 1909년 결혼하여 그 이듬해 아들 량(亮)을 낳았다.

그녀의 유학 생활은 1898년 ‘고종양위사건’에 연루된 윤효정의 일본 망명에서 자연스레 시작되었다. 나이 16세에 일본의 유명한 여성 교육가 중 한 사람인 하라 도미코(原富子)의 문하에 들어가 학문적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도쿄음악학교, 메이지여학교 등에서 공부한 후 벨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에서 음악과 어학을 공부하였다.

유럽에서 공부하던 윤정원의 한국 귀환은 정부의 부름에서 비롯되었다. 1908년 관립 한성고등여학교가 설립되자 그녀를 교사로 임명하였기 때문이다. 1909년 3월 6일자 관보에는 그녀가 3월 4일자로 관립 한성고등여학교 서주임관(敍奏任官) 4등으로 임명되었다는 사령(辭令)이 실려 있다. 그해 4월에는 대한부인회 주최로 경희궁에서 행한 외국 유학생 귀국 환영회에 참여하여 박에스터, 하란사 등과 함께 은메달을 받았다. 특히 그녀는 외국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궁에 가서 이야기할 정도로 순종 비 윤황후에게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윤정원은 여성을 교육하는 동시에 여성교육의 필요성을 적극 계몽하였다. 여성교육이 문명 개화와 국가 발전의 지름길이라는 취지의 글을 ‘태극학보’ 등에 기고한 것도 그러한 연유이다. 물론 그녀의 글들은 현모양처론을 설파하는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현모양처의 양성을 위해 여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진보성을 담보한 것이었다. 1909년 ‘대한흥학보’ 제2호 ‘여자계의 진보’라는 논설에서는 “여학계의 태두”로 윤정원을 소개하였다.

그녀의 바람과 달리, 1910년 8월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한성고등여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지 거의 1년 반이 되어 가는 시점이었다. 학교의 주도권은 조선총독부로 넘어갔고, 학교 명은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로 변경되었다.

교육에 뜻을 잃은 윤정원이 택한 것은 망명의 길이었다. 1911년 봄 그녀는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사고무친 중국 베이징으로, 남편은 서간도로 떠났다. 윤정원은 음악과 외국어 교습으로 생계를 마련하였다는데, 살림이 그리 궁색하지는 않았나 보다. 중국에서 독립운동하는 사람 치고 그녀의 신세를 지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고 하니 말이다. 그녀의 소식은 해방 되던 해 동생 윤창한(尹昌漢)에게 보내온 서찰을 마지막으로 끊겼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끝까지 고향 산천을 등지게 하였는지… 자못 궁금하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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