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유통가 전망] 폭탄세일도 못뚫은 소비절벽… ‘사즉생’ 각오 다시 뛴다

입력 2017-01-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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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대대적 세일에도 매출 ‘주춤’… 수장들 “생존 위한 변화” 한목소리

새해에도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국정혼란 사태,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사상 최악의 소비 절벽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도 ‘죽자고 하면 산다’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생존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살아남는 기업이 승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 어느 해보다 올해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비절벽, 금융위기 이후 최악= 경기 전망이 심상치 않다. 국정혼란과 미국의 금리 인상, 부동산발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소비심리와 체감경기가 금융위기 이후 7년여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와 같은 체감경기를 느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집계돼 11월(95.8)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이 수치는 작년 들어 가장 낮은 것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과 같은 수준이어서 7년 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현재경기판단 CSI는 11월(60)보다 5포인트 떨어진 55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34를 기록한 이후 7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그동안 한국 경기를 떠받쳐온 건설과 부동산 시장도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부동산시장 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지난해 4분기 부동산시장 상황을 긍정적(좋음·매우 좋음)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전분기(36.0%)보다 많이 줄어든 17.6%에 그쳤다. 향후 부동산시장을 ‘나쁨’으로 예상한 응답자 비중은 63.7%에 달했다. 문제는 급증한 가계부채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출심사 강화와 부동산 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내수가 더 둔화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올해 경기가 사상 최악이 될 것이란 말들도 나오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아 이래저래 걱정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물 경기로 옮기는 소비절벽= 지표상으로 보이는 소비절벽 현상은 실물 경기로 번지면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작년 11월 매출이 전년보다 0.5% 감소했고 12월 들어서도 25일까지 매출이 0.5% 줄었다. 겨울 정기세일 매출도 0.7% 감소했다. 겨울 정기세일을 17일 이상 편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매출신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백화점도 11월 매출이 1.5% 감소했고 12월에도 25일까지 매출증가율이 -0.8%였다. 신세계는 강남점 증축 등으로 매출이 두자릿수 성장률을 나타냈지만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면세점 입점으로 영업면적이 25%가량 준 데다 도심 촛불집회 등의 영향을 받은 본점은 11월과 12월(25일)에 각각 매출이 4.1%, 1.7% 감소했다.

이에 유통업체들이 소비 불씨를 살리려고 연말연시 대대적인 세일에 나서고 있지만 생활물가마저 연쇄적으로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계란 한판은 1만 원을 넘어섰고 작년 폭염 여파로 채소 가격이 대폭 올랐다. 여기에 라면은 물론 맥주와 소주 등의 주류, 식용유 등은 제조업체들이, 버스, 하수도, 쓰레기봉투 등 공공재 요금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인상하고 있다.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변화하라”= 올해 경영 환경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주요 유통업계 최고경영진들은 임직원들에게 생존을 위한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중국 경제 성장의 감속과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불안정한 국제 정치 상황에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도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융합, 저출산·고령화 추세의 인구구조 변화 등의 메가트렌드에 철저하게 대비해 미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저성장 기조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그룹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과거의 판단기준과 성공 논리에 얽매인 사업방식으로는 성장은 물론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항상 새로운 생각과 틀을 깨는 혁신을 통해 사업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기존 사업방식을 혁신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기본을 충실히 다지면 불확실한 경영환경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오뚝이 정신’과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올 한해를 ‘제품’만 잘 만들면 팔리던 ‘양의 시대’, 기술이 담긴 ‘상품’이 돼야 팔리던 ‘질의 시대’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독보적인 감성을 담은 ‘명품’만이 팔리게 되는 ‘격(格)의 시대’로 바뀌는 변곡점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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