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의 모터키즈] 우리가 몰랐던 한국 디젤세단

입력 2014-03-30 16:13 수정 2014-05-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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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말리부 디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커오던 시절,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로얄XQ가 오롯이 떠오르는 건, 그 옛날 로얄XQ의 아우라가 너무 강했던 탓이겠지요.

말리부 디젤에 대한 관심은 디젤 그것도 중형세단이기 때문인데요. 그만큼 우리에게 디젤 중형차는 적잖은 의미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재 디젤 중형세단은 말리부를 빼면 현대차가 유렵전략형으로 내세운 i40가 유일합니다. 라인업에 1.7 VGT 엔진을 포함하고 있지요. 1.7 VGT는 참 잘 만든 엔진이고 i40는 세팅까지 잘된 국산차입니다. 엔진은 일찌감치 유럽시장에서 스포티지 1.7 CRDi에 장착되며 성능과 연비, 내구성을 인정받기도 했지요.

i40 디젤은 직렬 4기통 1.7 VGT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40마력을 냅니다. 제네시스 V6 3.3엔진에 버금가는 순간토크도 매력인데요. 왜건인 덕에 앞뒤 50:50에 가까운 무게배분을 뽑아냈습니다. 여기에 짜릿하게 터져나오는 토크를 바탕으로 코너와 코너의 정점을 날카롭게 잘라먹는 모션이 제법입니다.

반면 i40는 좋은 차답게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준대형차 그랜저에 맞먹는 가격을 지녔고, 누가 고급차로 알아주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i40를 만날 때마다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게 됩니다. 정말 차를 아는 마니아가 운전하고 있을테니까요.

이렇게 좋은 엔진이 있었지만 중형차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단종된 YF쏘나타의 경우 전작(NF)과 달리 디젤 엔진을 얹지 않았는데요. 잠깐이지만 기아차 로체 역시 VGT 디젤 엔진을 출시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YF가 등장하고 단종되는 사이, 시장에서는 디젤 중형세단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되돌아보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디젤 중형차를 여러대 개발해 판매했습니다. 그것도 수출이 아닌 국내 시장에서지요.

1980년, 당시 공업합리화조치로 인해 각 자동차 메이커는 특화분야를 맡아 기술력을 키웠습니다. 명목상 분야별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이었지만 군사정권의 특정기업 봐주기가 팽배했던 시절이었지요.

그렇게 현대차는 소형차를, 대우차는 중형차 개발과 생산에 몰두하게 됩니다. 기아차는 상용차를 전담하고 쌍용차(동아자동차)는 특장차, 아시아자동차는 군납용 차량 생산을 도맡았습니다.

대우차(당시 새한)는 GM의 산하계열사인 독일 오펠과 호주 홀덴의 기술을 들여와 레코드를 생산했었지요. 공업합리화조치 당시 레코드를 바탕으로한 중형차 시리즈 로얄이 등장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디젤 세단은 대우차(새한) 로얄 시리즈의 막내 로얄XQ 였습니다. 로얄XQ 디젤은 훗날 로얄 듀크 디젤로 거듭납니다. 보닛 중앙이 불룩 솟아오른 이유는 덩치 큰 엘프 디젤을 승용차에 장착하다보니 공간이 모자랐기 때문인데요. 지금와서 되돌아보니 마치 고성능차를 상징하는 파워돔처럼 보입니다. 당시 로얄XQ 디젤은 등장과 동시에 천지개벽할만큼 커다란 소리를 내며 다가오곤 했습니다. (사진=광고연구원)

국내 최초의 디젤 승용차는 대우 로얄XQ였습니다. 1970년대말 서울 시내를 누볐던,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콜택시’는 전부 누런색 신진 레코드였습니다. 레코드가 로얄 시리즈로 바뀌면서 가장 아랫급인 로얄 XQ가 디젤 엔진을 얹었고, 본격적인 디젤 승용차의 시대가 개막됐습니다.

자동차 라인업은 언제나 그랬듯 시장을 대ㆍ중ㆍ소로 삼분할 합니다. 주력인 로얄 프린스를 중심으로 고급형인 살롱, 아랫급으로는 보급형인 XQ를 내놓습니다. 플랫폼 자체는 동일하되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에 차이를 둬 시장을 확대한다는 복안이었지요.

당시 로얄시리즈의 막내인 로얄XQ는 1500cc OHV 가솔린 엔진 이외에 2000cc 디젤 엔진도 추가했습니다. 최고출력 65마력의 디젤 엔진은 요즘 경차보다도 못한 출력을 냈지만 값싼 기름값이 메리트였습니다. 고급 승용차로 팔리기보다 값싼 유지비 덕에 콜택시로 큰 인기를 끌었지요.

로얄 시리즈는 호주 홀덴 레코드(후에 코모도어)를 베이스로 개발한 만큼 후륜구동입니다. 윗급인 로얄 프린스, 로얄 살롱과 실내 사이즈는 똑같았고, 일부 옵션과 차 앞뒤 모습만 달랐습니다.

요즘이야 작고 가볍우며 큰 출력을 내는 첨단 디젤 엔진이 넘쳐나지만 그 시절 디젤 엔진은 무조건 트럭이 쓰던 엔진을 고스란히 들여오던 때였습니다.

더군다나 뒷바퀴를 굴려야하는 탓에 엔진은 앞뒤 세로로 길게 뻗은 이른바 ‘세로배치’ 엔진이었습니다. 커다란 엔진은 엔진룸에 죽어도 들어가질 않았어요. 어쩌겠나요. 보닛 뚜껑을 새로 만들어 불룩 솟아오른 모양이었습니다.

멀리서도 로얄XQ를 보면 보닛이 불룩 솟아오른 차는 디젤, 그렇지 않은 차는 가솔린임을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고성능 대배기량의 엔진을 얹은 고성능 스포츠카들이 이렇게 보닛이 불룩 솟아올라 있습니다. 엔진은 커다랗고 차체를 낮추다보니 이른바 보닛 중앙이 솟아오른 ‘파워돔’ 형태를 지닙니다. 다만 30년전 로얄XQ 디젤은 어쩔 수 없이 엔진룸이 작은데 엔진은 컸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겼지요.

이후 XQ가 로얄 듀크로 모델체인지 됐지만 보닛을 뚫어버릴 듯한 커다란 디젤 엔진은 여전했습니다.

▲두 번째 디젤 세단은 기아차 콩코드였습니다. 일본 마쓰다의 카펠라를 베이스로 개발했지만 마쓰다에도 없는 디젤모델을 기아차가 개발한 셈이지요. 엔진을 새로 개발했다기보다 원박스카 베스타에 장착했던 '로나' 디젤 엔진을 고스란히 옮겨온 차입니다. 요즘처럼 토크가 뛰어난게 아닌, 답답하기 그지없던 값싼 콩코드였습니다. (사진=광고연구원)

두 번째 디젤 중형차는 기아차 콩코드였습니다. 공업합리화조치가 해제되면서 소형차 프라이드(1세대)를 선보인 기아차는 곧바로 중형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집니다. 마쓰다 파밀리아를 베이스로 개발한 프라이드의 성공으로 자신감에 차 있던 시절이었지요.

곧바로 마쓰다의 중형차 카펠라를 들여와 콩코드로 개발했습니다.

콩코드 2.0 디젤은 당시 원박스카 베스타에 얹었던 로나 디젤 엔진을 얹었습니다. 카펠라에도 없던 디젤 엔진을 기아차가 만들어낸 셈이지요.

기아차 콩코드 디젤은 로얄 듀크(당시 XQ의 후속)처럼 보닛이 불룩 솟아오르지 않았습니다. 세로 배치 로얄 듀크와 달리 가로배치로 엔진을 얹은 덕에 보닛 속으로 커다란 디젤 엔진을 감출 수 있었던 것이지요.

요즘은 디젤차가 가솔린보다 비싼 편이지요? 당시에는 같은 옵션이라도 디젤 모델 가격이 더 저렴했습니다. 요즘같은 고압직분사와 커먼레일 시스템은커녕 터보와 인터쿨러도 없던, 자연흡기 디젤엔진이 전부였으니까요.

콩코드를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디젤 승용세단은 자취를 감춥니다. 판매나 이익이 아니라 올림픽을 전후해 배기가스 기준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20년 가까이 흘러, 마침내 현대차 NF쏘나타에 VGT가 추가했습니다. 일부 매니아들이 NF쏘나타 디젤을 선택했지만 판매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자가 지금까지 경험해온 국산 디젤 세단 가운데 최고봉은 현대차 그랜저TG였습니다.

▲국산 디젤 세단 가운데 성능과 승차감은 물론 밸런스가 가장 뛰어났던 차는 현대차 그랜저TG의 2.2 CRDi였습니다. 국내에선 아쉽게 팔리지 않았고 유럽수출길에만 올랐습니다. (사진=모터링페이퍼)

영국 등지에 일부가 수출된 그랜저TG 2.2 CRDi였는데요. 기본적으로 세팅이 잘 된 것으로 평가받는 현대차 2.2 디젤 엔진을 얹어 넉넉한 힘을 냈습니다. NF와 TG는 같은 플랫폼에서 나왔으니 NF에 2.0 VGT 엔진을 얹듯, TG에 같은 블록의 2.2 CRDi엔진을 얹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요.

자, 이제 쉐보레가 말리부에 디젤을 얹었습니다. 보쉬사의 고압 커먼레일 연료분사 시스템, 가변 터보차저를 얹었습니다. 오펠 벡트라에 얹어 내구성이 검증된 엔진입니다. 그 뿐 아니라 국내에 이미 소개된 오펠 안타라 베이스의 윈스톰 맥스 역시 같은 엔진이었습니다.

2000cc 디젤 엔진이지만 순간적인 파워인 최대토크는 무려 38.8kgㆍm나 됩니다. 이 정도면 현대차 제네시스의 V6 3300cc 엔진(35.4kgㆍm)과 맞먹는다는 이야기인데요.

말리부 디젤은 오펠 특유의 그렁그렁한 디젤 사운드가 일품입니다. 중저속에 토크를 맞춘 덕에 4000rpm을 넘나드는 고회전에서는 오히려 토크가 반감하는 특징을 지녔습니다. 말리부 디젤을 제대로 즐기려면 회전수를 적당히 달래가며 저속 토크를 맛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 이제 대한민국 최초의 디젤 중형세단을 내놨던 GM이 다시 디젤 중형세단으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30년전 서울 시내를 콜택시로 뒤덮었던 로얄 XQ 디젤은 이제 쉐보레 말리부 디젤로 바뀌었습니다.

새한은 대우차가 됐고, 이어 GM대우와 한국GM을 거쳤습니다. 말리부 디젤을 바라보면서 자꾸 그 옛날 로얄 XQ 디젤이 떠올리는건 비단 저 뿐일까요.

▲현대차 i40입니다. 직렬 4기통 1.7 VGT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140마력을 냅니다. 제네시스 V6 3.8엔진에 버금가는 순간토크를 지녔습니다. 왜건인 덕에 앞뒤 50:50에 가까운 무게배분을 뽑아냈습니다. 짜릿하게 터져나오는 토크를 이용해 코너와 코너의 정점을 날카롭게 잘라먹는 모션이 제법입니다. (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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