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 억울한 전교조, 그래도 과격투쟁은 안 된다

입력 2013-10-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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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전교조의 주장이다. ‘해직교사도 교사다. 따라서 전교조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반면 정부의 입장은 이렇다. ‘아니다. 해직교사는 교사가 아니다. 따라서 해직교사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전교조 규약은 위법이다.’

결국 부딪쳤다. 전교조는 스스로 바꾼 규약에 따라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고, 법은 여전히 이를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규약개정을 지시했고 전교조가 이를 따르지 않자 결국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박탈, ‘법외 노조’로 통보했다.

어느 쪽이 옳으냐? 논리적으로 전교조가 옳다. 해직교사도 잠재적 교사라는 점에서 그렇고, 노동조합이건 뭐건 구성원의 자격은 그 단체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것이 옳다는 점에서 그렇다. ILO, 즉 국제노동기구 등이 우리 정부에 법 개정을 권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이런 논리와 권고를 받아 주었으면 좋았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그 반대의 길을 갔다. 그 결과 법적 지위를 잃은 전교조는 단체교섭권을 상실하게 되었다. 연간 수십억 원씩 받던 국고보조금도 받지 못하게 되었고, 노조 전임자들도 모두 학교로 돌아가야 하게 되었다.

적절한 처분인가? 법을 어겼으니 불이익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전체 노조원 6만여 명에 해직교사 노조원은 단 9명이다. 국고보조금을 줄이는 등의 조치라면 모를까, 법적 지위 박탈은 너무하다. 헌법상의 ‘과잉금지의 원칙’을 들먹일 것도 없다. 지나쳐도 많이 지나치다. 더욱이 다른 산별 노조에 있어서는 이미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고 있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여기에 ‘법외 노조’를 통보할 수 있게 한 노동조합법 시행령 규정도 문제다. 시행령으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규정의 경우 이 부분이 모호하다.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정부 스스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이를 손보지 않은 채 그냥 밀어붙였다. 좋은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전교조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분통이 터질 일이다. 자연스레 ‘전면 투쟁’ 등의 과격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또 실제 그런 조짐이 보인다. 그러나 안 된다. 노조 전임자들의 복귀 거부를 포함해 그 어떤 과격한 행동이나 위법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악법도 법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갈등을 필요 이상으로 키우지 말라는 뜻이다. 보기 좋은 모습으로 법 개정 운동을 하는 것이 옳고, 문제가 되는 규정들에 대해 제기해 놓은 헌법소원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옳다.

그런 한편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부정적 인식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의 정부 결정도 다분히 이러한 부정적 인식에 편승하고 있다. 전교조에 대한 인식이 좋았으면 이런 과도한 처분을 했겠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 위상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명분을 잃은 적은 없는지, 그래서 교육현장에서의 여러 긍정적인 역할들을 스스로 묻어 버린 적이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법을 무시한 데다 문제가 된 9명 중에는 선거법 위반자가 여러 명 포함되어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관련 활동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교사도 선거운동이 금지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 이것과 그것은 다르다고 항변해 봐야 얼마나 통하겠나.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 냉소적 시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들을 보호하기로 한 것도 문제다. ‘우리 편’을 위해 저지른 불법은 용서된다? 그래서 보호해 주어야 한다? 불법 정치자금 받아 형무소까지 갔다 온 사람을 ‘당 조직을 위한 희생’이었다 ‘찬양’하며 보궐선거 후보로 내 보내는 정당과 뭐가 다른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그저 조폭문화의 연장으로 보지 않겠나.

큰 힘은 과격한 투쟁이나 거친 구호에서 나오지 않는다. 명분과 신뢰에서 나온다. 또 ‘교사다움’에서 나온다. 벌써 영양가 없는 정치성 구호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억울할수록 냉정해야 한다. 어설픈 조직논리와 감정으로 조직의 이익을 해쳐서도, 또 세상을 피곤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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