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독일을 가다] 이스카그룹이 인수한 대구텍, 버핏도 반했다

입력 2013-06-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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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삭가공 기술력+R&D 지원 시너지 효과… 한-이스라엘 기업간 융화 성공사례

▲이스라엘 갈릴리 지역의 테펜(Tefen) 산업 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이스카그룹.
‘한국과 이스라엘.’ 창조경제가 화두에 오르자 최근 들어 상호간 ‘공감 기류’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벤처·창업기업의 성장성과 해외기업 투자 유치를 배워보자는 한국의 열의가 만들어낸 큰 변화다.

15년 전, 한국이 외환위기(IMF)로 휘청이던 당시 국내 중소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심한 이스라엘 기업이 있다. 바로 세계 3대 절삭공구회사 중 하나인 ‘이스카(ISCAR)그룹’이다. 한국과 이스라엘 기업 간 융화가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스카그룹은 1998년 금속 절삭가공 전문업체인 대구텍을 인수했다. 이후 경제·정치·사회적으로 유사한 듯 보이지만, 서로 다른 기업 생태계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를 진두지휘한 일란 게리, 모세 샤론 등 두 명의 대구텍 전임 사장을 이스라엘 갈릴리 지역의 테펜(Tefen) 산업공원에 위치한 이스카그룹 본사에서 만났다. 지난 10년간 이스라엘과 한국을 넘나든 그들은 양국의 중소·벤처기업 환경을 묻기에는 적임자였다.

▲일란 게리(Ilan Geri) 이스카그룹 부사장.

◇“벤처·창업기업과 같은 새로운 가치 창출에 고민”

몇년 전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이 한국의 중소기업 ‘대구텍’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구텍이 워런버핏의 지갑을 열 만큼 매력적인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은 한국(대구텍)의 뛰어난 제조기술과 이스라엘(이스카그룹)의 유연한 사고 및 적극적인 연구개발(R&D) 지원이라는 두 기업 간 결합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스카그룹은 R&D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수십억원을 R&D에 과감히 투자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대구텍 인수 후 첫 사장을 맡았던 게리 이스카그룹 부사장은 “매년 (이스카그룹) 예산의 6% 정도를 투자할 정도로 R&D는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직원들과 함께 아침마다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How to creative value)’에 대한 사고(Mindset)를 함께 되새겨 본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지원과 함께 직원들의 심리적 공감대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R&D와 가치 창출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란 게리의 바통을 이어받은 샤론 전 대구텍 사장도 “R&D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과 신상품”이라며 “R&D는 더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고객의 요구를 충분히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구텍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촉진제가 됐다. 게리 부사장은 “대구텍 인수 당시 10%에 불과했던 해외사업 비중이 현재 (사업의) 75%로 껑충 뛰었다”며 “이제 지방의 작은 업체가 아니라 50여개국의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피력했다.

한편, 샤론 전 사장은 한류 열풍 등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으로 자리잡는 최근 현상의 주요 배경으로 ‘한국 산업의 발전’을 꼽았다. 그는 “K-팝과 한국 음식들이 세계화되고 있는 것은 결과적으로 산업이 번창했기 때문”이라며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이 15년 사이에 너무 달라졌고, 국제적인 위상도 높아졌다. 대구텍도 지방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보면 한국 산업이 얼마만큼 발전했는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스카그룹과 대구텍과 같은 제조업종은 배, 차 등의 산업에 적용되기 때문에 광범위하다”며 “앞으로 고객의 행복과 가치창출 목표 달성 여부가 성공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세 샤론(Moshe Sharon) 전 대구텍 사장.

◇“韓, 수직적 조직구조 탈피해야”

이스라엘의 벤처·창업기업을 논할 때 ‘사람’의 중요성은 항상 강조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앞에서 과감해지는 이스라엘인의 성향이 벤처·창업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스카그룹 역시 ‘사람’을 중시하고 있다. 임원과 직원간 벽을 허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게리 부사장은 “이스카그룹은 평등 문화를 추구하는 만큼, 수직적인 상명하복 체계는 없다”며 “신입사원에게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사장이 직접 가서 해결해 주기도 한다. 대구텍도 이 같은 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샤론 전 사장은 “400~500명의 직원들이 모두 같이 아침을 먹는다. 식사 시간에는 스포츠, 취미 등 업무 외적인 얘기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든다”며 부연했다. 이어 그는 현재 한국인인 한현준 사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넘긴 것도 이러한 조직문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샤론 전 사장은 “한 사장은 이스카그룹과 모기업인 IMC그룹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며 “사업적 역량은 물론, 이러한 기업문화를 계속 이끌어 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의 중소기업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이 생겼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한국 중소기업인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국 생활의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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