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한국지엠 선행디자인팀 박상현 차장

입력 2012-11-07 09:25 수정 2012-11-0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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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의 이름 ‘더플린보이’

그림은 어릴 때부터 취미였다. 자동차를 그리는 것은 유난히 더 좋았다.

차를 너무 좋아한 탓이다. 차와 관련된 수많은 책과 해외잡지를 읽었고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꿨다. 결국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자동차 회사에 입사해 지금까지 자동차 디자이너로 살고 있다.

항상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보람과 자긍심을 안고 산다. 대신 업무적인 디자인 스케치는 어릴적 취미가 줬던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결국 중고차를 구입해 복원에 나서기도 했다. 연식이 있다 보니 정비할 것도 많았다. 해외 사이트에서 부품을 구하고 자료를 찾아 수리에 나섰고, 복원되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기도 했다.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였다. ‘더 플린보이’라는 블로거 이름도 가지게 됐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차 내부는 물론 외관까지 신차의 80% 수준으로 복원했다. 이 과정에서 차의 구조와 정비 노하우도 익혔다. 그렇게 시작한 블로거 생활은 활력소가 됐다. 차 복원 이후 신차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블로거라는 2막도 시작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차를 구입하기 전, 충분히 시승을 못한다. 가격이나 옵션만 보고 결정하는게 현실이다. 여전히 브랜드 인지도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게 안타까웠다.

결국 회사에서 개발한 신차를 시승한 뒤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들을 모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전공을 살려 디자인을 분석하고, 수많은 전문잡지를 통해 얻은 지식을 활용해 차를 평가했다.

반응은 좋았다. 예비구매자들이 차를 선택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실제로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꽤 많은 차들을 시승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차에 대한 안목을 더욱 넓히게 됐다. 객관적인 평가라는 반응도 얻었다. 덕분에 각종 신차 발표회에 초청되고, 국제모터쇼도 다녀왔다. 얼마 전에는 회사 대표로부터 우수 블로거로 상까지 받았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나만의 장점과 경험은 좋은 자양분이 됐다. 회사 블로그란 매개체를 통해 영역을 넓히고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업무 범위를 벗어나 회사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더욱 큰 보람을 느낀다.

생계를 위한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그동안 잊고 살았을지도 모를,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미쳐 살 수 있는 것’에 대해 잠시 여유를 가지고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직장인 박상현으로, 디자이너 박상현으로 불리는 것이 좋다. 그러나 사내 파워 블로거 ‘더플린보이’로 불리는 것이 더욱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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