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립의 중립, 직립] 일본이 깨달아야 할 것

입력 2019-09-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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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정부가 18일 0시를 기해 일본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의견 수렴과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등 고시 개정에 필요한 내부 절차를 마치고 장관 결재를 거쳐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개정안을 이날 관보에 고시했다. 고시 개정의 핵심은 전략물자 수출 우대 지역인 ‘가 지역’을 ‘가의 1’, ‘가의 2’로 나누고 일본은 ‘가의 2’ 지역으로 강등하는 내용이다. 일본은 제대로 된 증거도 없이 한국에 수출하는 자국의 전략물자가 북한 등으로 흘러갔다는 주장을 하며 우리나라를 지난달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안전 보장 우호국을 뜻하는 백색국가는 안전 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 기술이나 물품 등을 수출할 때 허가 신청 절차를 안 받아도 된다. 우호국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 같은 절차를 예외로 하는 것이다.

일본이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주장을 하며 우리와 잡았던 손을 먼저 놨다. 우리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으로 맞섰다. 일본은 지소미아가 연장되길 바랐지만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이런 행태를 보며 참으로 낯짝도 두껍다는 생각이 든다. 백색국가에선 우리를 믿을 수 없다며 제외해 놓고,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유지해 우리를 통해 북한 등의 정보를 얻고 싶어 하니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극치다.

이 같은 과정이 진행되던 당시 일각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살리기 위한 여론 물타기란 목소리도 있었다. 그 진위를 떠나 우리 정부가 일본에 대해 일관된 자세를 취하고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팩트(사실)다. 지난달 지소미아를 파기했고, 이달 1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를 제소했다. 그리고 18일 0시를 기해 우리도 일본 백색국가 제외를 시행했다.

우리의 아픔도 있다. 일본이 비민감 전략물자 1138개 품목을 한국에서 수입할 때마다 건건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별허가를 받는 데 필요한 서류와 검토 기간도 늘어난다. 이는 우리 수출기업의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좋은 소식도 있었다. 9월 초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가 희소식을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일본에서 수입했던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의 국산화 대체에 성공했다. 국내 한 업체가 공급한 불화수소의 안정성 테스트를 완료하고 이달 생산공정에 적용한다. 삼성도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던 일본산 고순도 불화수소 일부를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가 일본보다 소재·부품 경쟁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을 못 따라잡을 건 없다. 불화수소도 순도 99.999% 이상의 기술력을 확보했으나 초기 대규모 투자비용과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해 사장됐었다. 여기엔 일본 기술력에 대한 신뢰와 우리 기업에 대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잘 쓰고 있는 ‘일제’를 굳이 바꿔 위험 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결국, 이런 조치가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 우린 깨달았다. 글로벌 ‘호구’가 안 되려면 기술 강국이 돼야 한다는 것을, 자국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이제 일본이 깨달을 차례다. 그들의 비상식적인 조치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수출 감소 등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을 말이다.ri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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