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반도체 코리아, 위기극복 DNA 발휘할 때

입력 2019-08-04 17:43 수정 2019-11-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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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삼성전자는 1992년 일본 도시바와 히타치 등을 제치고 D램 1위에 올라섰다. 당시 최대 용량 D램 개발에도 잇따라 성공하며 헤게모니는 ‘미국 → 일본 → 한국’으로 옮겨왔다. 그러자 일본에선 삼성전자가 저가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등 정확하지 않은 루머를 흘렸다. 얼마 후 미국 마이크론은 한국 D램을 반덤핑 혐의로 제소했다. 당시 최대 80% 이상의 덤핑 마진을 받아 붕괴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일본의 네거티브 작전이 성공한 듯 보였지만, 최종 승자는 삼성전자였다.

당시 미국 PC 제조업체와 중개상들은 오히려 반도체 수급 사정이 나빠지거나 가격이 오를까 걱정했다. 실제로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의 예비 판정이 나온 후 예치금을 내고 수출하는 게 부담스러운 일부 업체는 미국 수출을 일시 중단하거나 가격을 조정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예치금을 포함, 모든 부담을 떠안고 수주받은 물량을 차질 없이 납품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업체들의 시선은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비즈니스 동반자로 바뀌었다.

2010년 D램값이 폭락했다. 기업들은 감산하지 않고 버티기 경쟁에 돌입했다. 한국, 일본, 대만, 독일 업체들이 팔면 팔수록 대규모 손해를 보는데도 절벽 끝까지 몰아붙였다.

결국 일본 엘피다와 독일 키몬다 등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파산했다. 도시바 역시 2001년 D램 사업을 접고, 2017년에는 낸드플래시 사업마저 포기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원가 경쟁력, 기술력, 영업 이익률에서 우위를 점하며 승리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한국으로의 수출 규제를 발동했다. 2일에는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 배제 결정을 내렸다. 약 1100여 개 품목이 일본 정부의 까다로운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도체 관련 품목은 이미 수출 규제에 들어간 3개 소재를 포함해 IC, 노광장비, CVD, 이온 주입기,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 코리아에 찾아온 최대 위기다.

특히 일본은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파운드리 사업에 칼날을 꽂았다.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 청사진 발표와 동시에 퀄컴·IBM·엔비디아·인텔 등 글로벌 고객사들을 공격적으로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양산 채비에 나섰다. 일본은 이를 노렸다. 최신 EUV 공정에 꼭 필요한 소재의 수출을 제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반도체 불황에 이익이 89% 줄었는데, 일본 제재로 앞날도 불투명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남들이 어렵다고 할 때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로 승리를 쟁취했다. 이번 일본 사태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당장은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재 국산화와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극복해 나아가야 한다.

우군도 있다. 1992년 일본의 네거티브전으로 미국 PC 업체들이 피해를 본 것처럼, 사태가 악화하면 글로벌 기업들도 피해를 본다. 한국 반도체 기업이 35년 동안 쌓아 온 ‘신뢰’와 ‘기술력’은 위기극복 DNA를 만들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우리 기업의 저력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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