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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창근 칼럼] 반일·친일 집안싸움, 누구 좋으라는 건가

논설실장

일제(日帝)의 식민 지배에 따른 과거사와 독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한국과 일본은 수십 년 충돌과 대립을 반복해왔다. 그럼에도 안보와 경제의 협력구조는 지켜졌다. 이 관계가 크게 틀어진 것은 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과거사에 대한 일왕(日王)의 사과를 요구하면서다.

틀린 발언은 아니었다. 일본 덴노(天皇)의 진정성 있는 사과야말로 얽힌 과거사 매듭을 일거에 풀 수 있는 핵심이다. 덴노는 지난 세기 동아시아 재앙의 주체이고 책임의 꼭대기다. 1868년 유신으로 성립된 메이지(明治) 이래 다이쇼(大正), 쇼와(昭和)시대로 이어지는 동안 무쓰히토(睦仁), 요시히토(嘉仁), 히로히토(裕仁) 3대는 일본 제국주의의 수장이자 군 통수권자였다.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러일전쟁, 1910년 대한제국 국권 강탈,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을 도발한 명령은 그들이 내렸다. 모든 죄악 또한 그들 이름으로 자행됐다. 태평양전쟁 항복 선언도 히로히토의 육성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죄되지 않고 전쟁 책임을 군부에 떠넘겨 자리를 지켰다. 소련(蘇聯) 공산주의의 팽창을 막기 위한 미국의 선택이었다.

광신(狂信)과 불가침의 대상인 덴노를 놓고 발작하는 건 일본 사회의 집단적 속성이다. 격렬한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정치는 그것을 부추겼다. 일본의 반한(反韓) 감정이 노골화됐다.

그리고 2012년 12월 극우 강경의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집권했다. 아베는 역대 정권의 과거사에 대한 ‘3대 담화’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첫째는 “교과서 기술에서 한국과 중국 등 이웃 나라의 입장을 배려한다”는 1982년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의 담화, 둘째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징집을 사죄한다”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의 담화다. 셋째는 종전 50주년인 1995년 8월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담화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다. 이 모두를 갈아엎겠다는 아베의 우경화 폭주는 주변국의 신뢰를 일방적으로 무너뜨리고, 침탈의 역사를 부정하는 선전포고였다. 그때 한국을 공격하기 위한 아베의 시나리오가 그려지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이번 한·일 충돌 사태의 본질이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방아쇠를 당긴 빌미일 뿐이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배제를 강행하는 확전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를 잡아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것이다. 한·일관계의 파탄적 상황까지도 배제할 수 없는, 벼랑 끝의 경제·외교 전쟁이다. 우리가 더 많은 피를 흘려도 물러설 곳 없는 싸움이다.

일본을 욕하고 비난하기는 쉬워도 이기는 길은 지난(至難)하다. 우리보다 강한 상대다. 도와줄 우군을 찾기도 어렵다. 국제관계는 명분과 관념적 도덕이 아니라, 힘과 실리에 의해 좌우될 뿐이다. 그런데 우리의 지금 국가 리더십은 힘을 모으고 키우기 위한 절치부심(切齒腐心)은커녕, 분열의 자해(自害)로 가고 있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앞장선, 친일과 반일 프레임의 편가르기 선동이 그것이다.

일본의 이 비열하고, 국제무역 질서의 근본을 파괴하는 도발에 분개하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국익을 지키는 관점과, 일본을 이기는 길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아베의 일본에 대한 정세 판단, 국가전략의 결핍이 결국 이 수모를 가져오고 있다. 위기를 선제(先制)해야 할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는, 늦었지만 일본을 제대로 알고 극일(克日)의 방도를 찾기 위한 지성을 집합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여기에 친일이라는 욕된 낙인을 찍고 이적(利敵)으로 몰아붙인다. 민족주의적 적개심은 애국이고, 그것을 비판하면 매국이다. 애국을 자신들의 독점적 가치로 착각하는 선동가들의 무지한 쇼비니즘(chauvinism)이다. 광복 후 70여 년 동안 우리 사회의 친일론은 진보와 보수 간 이념전쟁에서 내부의 적을 만들고 공격하는 무기였다. 싸워 이겨야 할 상대는 일본인데, 또 집안 싸움이다. 반국가적 작태다. kunny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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