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보복 조치는 6년 전부터 계획됐다

입력 2019-07-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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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일본 문예춘추사가 운영하는 인터넷신문 문춘온라인이 6년 4개월 전인 2013년 11월 21일자 주간문춘에 실린 기사를 다시 게재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기사는 6년 전 박근혜 정권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이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준비한 내용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거절했다. 당시는 특히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의 최대 이슈였다. 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모욕’하는 일본 정부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비판했고 각국 정상과의 회담 시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아베 정권은 ‘경제’와 ‘홍보’로 박근혜 정권에 타격을 가할 것을 계획했다는 것이 그 기사의 핵심이었다.

당시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여당인 자민당이 생각한 것은 일본 정부가 정책적으로 원화를 사들여 원고를 유도하면서 한국의 수출에 타격을 주는 것이 골자였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 또 하나의 전략이었다. 사실 아베 정권은 2013년부터 독도 홍보에 힘을 썼다.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독도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독도 홍보영상을 제작했으며 내각부에 독도 등의 영토대책실을 설치했다.

결국 아베 정권은 한국 정부 측이 자신들을 비판하면서 한일 관계에서 중요한 문제를 마음대로 세계에 발신한다면 언제든지 보복한다는 정책을 박근혜 정권 때부터 가동했다고 문춘온라인은 언급했다.

그런데 2015년 12월 28일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선언됐고 일본은 10억 엔(약 109억 원)을 한국 정부에 건네면서 결코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10억 엔은 인도적 차원의 위로금이며 위법을 인정하는 배상금이 아니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원했던 것은 아베 총리가 위법 사실을 인정해 진정으로 사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베는 위안부 문제가 일본군의 위법적 만행이었다고는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한국 대법원은 강제 징용자 판결에서 일제강점기가 ‘불법’이었으니 해당 일본 기업은 배상금으로서 위자료를 내라고 판결했다. 이런 판결 내용 자체가 아베 정권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한국 측이 아무리 외교적인 노력을 많이 했다 하더라도 이 판결을 지키려고 하는 이상 일본 측은 보복 조치에 나섰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가 초기에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한일 관계 악화의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올해 6월 이후 한국 정부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속 요청했는데 그것을 거절한 것은 일본 측이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아베는 의장국 수장 자격으로 다른 정상들과는 모두 정상회담을 했지만 유일하게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거절했다. G20 회의가 끝난 지 이틀 후인 7월 1일에는 바로 경제 보복 조치에 들어갔다. 결국 외교적 대화 노력을 최종적으로 포기한 것은 일본 정부인 것이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자민당 안보조사회장은 지난달 10일 자민당 강연회에서 “현 한국 정권과는 한일 관계 개선이 어렵다. 정권교체가 돼야 관계 회복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문재인 정권을 무시하는 정책이 최고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때쯤부터 이번 보복 조치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는 보복 조치가 아니며 한국으로 수출한 품목 중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으므로 한국에 대한 우대 조치를 철회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부적절한 사안, 즉 일본으로부터 한국으로 수출된 전략물질들이 북한으로 넘어간 사례가 있다는 내용은 일본이 아직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이야말로 북한에 전략물자 등을 수출한 사례가 상당수 보도된 상태다.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에서는 미수금이나 미지급금 등 재산 문제에 관한 보상이 이루어졌을 뿐, 일제강점기에 한국인들이 받은 차별, 모욕적 행위, 육체적 학대 등 위법행위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65년의 보상금도 자료가 없다는 일본 측 주장으로 충분한 액수가 지급됐다고 보기 어렵다. 65년 이후 많은 자료가 일본 안에서 발견되면서 일본 측이 자료 자체를 숨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 경우 65년에 모든 배상 문제가 끝났다고 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재판은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기업을 상대로 한 재판이므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돼야 한다. 해결책으로 최상의 방법은 일본 정부가 1991년에 소멸됐다고 스스로 인정한 외교보호권을 철회하고 피해자와 일본 기업들에 판단을 맡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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