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필법(筆法)과 필의(筆意)

입력 2019-06-20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컴퓨터 시대, ‘폰트(font)’라고 하는 다양한 글자꼴이 개발되다 보니 ‘서예’라는 예술이 적잖이 위축된 게 사실이다. 가훈도 비문도 폰트를 택해 출력하여 사용한다. 그러나 폰트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같은 폰트로 뽑아 놓은 글씨는 글자꼴이 조금치의 다름도 없이 똑같을 수밖에 없어서 ‘멍청한 천편일률’의 지루한 모습을 띠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모든 것이 기계화되어 천편일률화하는 이 시대에 사람의 기발한 영감과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서예야말로 더더욱 강조되고 권장되어야 할 예술이다.

목탄으로부터 시작하여 만년필이나 볼펜으로 발전한 서양의 딱딱한 필기도구와 달리 동물의 부드러운 털에 먹물을 묻혀 글씨를 쓰는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서예는 글씨를 쓰는 데에 적지 않은 기술이 필요하다. 붓털을 곧추 세우기도 하고, 적절히 눕히기도 하고, 붓을 들어 가늘게 쓰기도 하고, 붓을 눌러 굵게 쓰기도 하고, 붓털이 적절하게 꼬이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붓털의 허리 부분이 마치 운동하는 사람의 허리처럼 나긋나긋한 탄력을 띠도록 기술적으로 붓을 움직이기도 하고…. 이러한 붓의 움직임을 수천 년 동안 반복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붓을 운용하는 다양한 방법에 나타나는 공통의 현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규율화하였다. 이것이 바로 필법(筆法)이다.

그런데 똑같은 필법을 사용하여 글씨를 썼건만 쓴 사람에 따라 글씨의 분위기가 다 다르다. 글씨 안에 필법 외에 다른 요소 즉, 쓰는 사람의 ‘뜻(意)’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것을 일러 ‘필의(筆意)’라고 한다.

백범 김구 선생 서거 70주기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애국선열 유묵(遺墨) 사문의(思文意) 무필의(撫筆意) 전(展)’이 오늘 개막한다. 애국선열의 유묵에 담긴 글의 의미를 생각하고, 글씨에 담긴 뜻을 어루만져 보자는 의도로 기획한 서예전이란다. 한국의 저명 서예가들이 대거 참여하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다. 관람을 권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범죄도시4’ 이번에도 싹 쓸어버릴까?…범죄도시 역대 시리즈 정리 [인포그래픽]
  • 직장 상사·후배와의 점심, 누가 계산 해야 할까? [그래픽뉴스]
  • 동네 빵집의 기적?…"성심당은 사랑입니다" [이슈크래커]
  • 망고빙수=10만 원…호텔 망빙 가격 또 올랐다
  • ‘눈물의 여왕’ 속 등장한 세포치료제, 고형암 환자 치료에도 희망될까
  • “임영웅 콘서트 VIP 연석 잡은 썰 푼다” 효녀 박보영의 생생 후기
  • 꽁냥이 챌린지 열풍…“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
  • 올림픽 목표 금메달 10개→7개 →5개…뚝뚝 떨어지는 이유는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4.1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267,000
    • +3.73%
    • 이더리움
    • 4,516,000
    • +1.96%
    • 비트코인 캐시
    • 702,500
    • -1.2%
    • 리플
    • 729
    • +0.83%
    • 솔라나
    • 210,100
    • +7.69%
    • 에이다
    • 676
    • +2.89%
    • 이오스
    • 1,138
    • +6.16%
    • 트론
    • 158
    • -2.47%
    • 스텔라루멘
    • 165
    • +3.13%
    • 비트코인에스브이
    • 97,450
    • +0.83%
    • 체인링크
    • 20,130
    • +3.02%
    • 샌드박스
    • 650
    • +3.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