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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語 달쏭思] 전혀 [專兮]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뭔가를 강하게 부정할 때 사용하는 부사 중에 ‘전혀’라는 말이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거나,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느니 하는 말의 ‘전혀’가 바로 그런 의미이다.

이 ‘전혀’의 어원은 한자 ‘專兮(전혜)’에 있다. ‘專’은 ‘오로지 전’이라고 훈독하고, ‘兮’는 ‘어조사 혜’라고 훈독하는데 ‘兮’는 감탄을 나타낼 때, 혹은 동사를 부사로 작용하게 하거나 부사를 특별히 강조할 때 사용하는 글자이다. ‘專兮’는 ‘오로지(專)’라는 부사를 더욱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兮’라는 어조사를 붙여 사용하던 것이 후에 음운의 변화를 일으켜 마치 순우리말처럼 보이는 ‘전혀’라는 부사로 정착하게 되었다.

조선시대 시조시인으로 유명한 김수장(金壽長)은 다음과 같은 시조로 당파싸움이 극심했던 당시의 정치상을 비판했다. “검으면 희다 하고, 희면 검다 하네. 검거나 희거나 옳다 할 이 專兮(전혜=전혀) 없네. 차라리 귀 막고 눈감아 듣도 보도 말리라.” 이 시조를 통해서 ‘전혀’라는 부사의 어원이 ‘專兮’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검다고 하면 상대는 그것이 검은 줄을 뻔히 알면서도 희다고 억지를 쓰고, 상대가 희다고 하면 나 또한 그것이 흰 줄을 잘 알면서도 검다고 강변을 한다. 흑백을 정확히 판단하여 제대로 말하는 사람은 전혀 없이 서로 주장을 위한 주장을 앞세워 싸움질만 하는 상황이니 백성들이 그런 싸움질을 듣기도 보기도 싫어함은 당연하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판이 이와 똑같은 상황이다.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정당정치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조선을 망하게 한 고질병인 당파싸움을 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논쟁답지 않은 논쟁이 거듭되고, 흥미 위주의 보도답지 않은 보도가 이런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오히려 사기꾼과 협잡꾼에게 휘둘리고 있는 상황이다. 오호! 통재라! 위태롭도다!

김병기 서예가, 전북대 중문과 교수 opinion@etoday.co.kr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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