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섭의 중국 경제인열전] 거인그룹 창업자 스위주(史玉柱)

입력 2018-1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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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경험이 가장 정확한 교훈을 준다

스위주(史玉柱·56)는 중국의 경제계에서 언제나 뜨거운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그는 1962년 안후이성(安徽省)에서 태어나 1984년 저장대학(浙江大學) 수학과를 졸업하였다. 잠시 안후이성 통계국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한 뒤 1989년 남부 선전대학(深大學)에서 컴퓨터소프트웨어학 석사과정에 입학하면서 창업에 나섰다.

철저하게 망했다가 크게 재기한 사람

1992년 ‘쥐런(巨人)’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만들었고, 보건약품에도 손을 대 ‘나오황진(腦黃金)’이라는 이름의 상품도 생산하였다. 사업은 급성장하여 2년 뒤에는 쥐런 빌딩 준공식을 갖기에 이르렀다. 이 해에 ‘전국 10대 개혁풍운(改革風雲) 인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95년 ‘포브스’지에 중국 제8위 부호로 뽑혔다.

하지만 그의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1996년에 들어서면서 쥐런 빌딩의 자금 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그는 보건약품 분야의 모든 자금을 쥐런 빌딩에 돌려 막도록 하였다. 그러나 끝내 자금 사정을 호전시키지 못하였고, 쥐런 빌딩 공사는 중단되었다. 이로 인해 2억5000만 위안(元)이라는 엄청난 빚을 지게 된 그는 철저하게 붕괴되었다.

가장 부자였던 그는 순식간에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빚쟁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쥐런 빌딩이 몰락한 뒤 스위주의 모습도 홀연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그가 사업에 실패해 야반도주(夜半逃走)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재계 인사들도 모두 입을 모아 그의 ‘사업 생명’은 종말을 고했다고 ‘단언’하였다.

하지만 몇 년에 걸친 그의 ‘실종’은 단지 새로운 사업을 찾기 위한 조용한 모색일 뿐이었다. 1999년 마침내 스위주는 사업 일선에 다시 돌아왔다. 그는 다시 창업에 나서 생물의약기업을 만들고 ‘나오바이진(腦白金)’ 생산에 들어갔다.

지금은 보건약품에 온라인 게임까지

이 약품을 만들기 위해 스위주는 검은 안경을 쓰고서 전국 각지의 도시와 시골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약 300여 명의 잠재적 소비자들을 만나 사전 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노인들이 대부분 수면과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아냈고, 그 해결 방법에 골몰했다. ‘나오바이진’은 그 결과로 나온 성과물이었다.

이 ‘나오바이진’은 단 1년 반 만에 중국 시장을 석권했다. 월 매출이 1억 위안을 넘어섰으며 매달 순이익만도 4500만 위안이었다. 이 ‘나오바이진’의 광고는 “올 명절에는 선물을 받지 않아. 선물은 오직 나오바진만 받네[今年過節不收禮 收禮只收腦白金]”라는 노래를 좀 우스꽝스럽고 못생기기까지 한 카툰만화의 남녀 노인 두 명이 부르는 내용이다. 사실 본래 이 광고는 많은 평론가들에게 “가장 나쁜 광고”로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가장 나쁜” 이 광고는 도리어 가장 성공한 광고가 되었고, 동시에 스위주를 다시금 대중의 눈앞에 또렷이 서도록 만들어줬다.

완전히 몰락한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스위주는 기적과도 같이 재기했다. 2001년 말, 중국 중앙TV방송사(CCTV)는 스위주를 2001년 중국 경제인물로 선정했다.

▲거인그룹 창업자 스위주
▲거인그룹 창업자 스위주

시장의 공백을 찾아내는 후각과 안목

재기에 성공한 그는 곧바로 2억5000만 위안의 빚을 완전히 청산했다. 파산을 신청하면 빚을 갚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는 주저 없이 빚부터 갚았다. 사람들은 그가 신용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며 그의 행동을 높이 평가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튀는 행동’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대해 스위주는 “나는 외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고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하여 또 옹졸하지도 않다. 아직 내가 가야 할 길은 너무도 멀다. 다만 남에게 빚을 지고서는 어디를 가든 창피한 일이고 마음도 편치 않다”고 말할 뿐이었다.

“사람들에게 진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빚을 갚아야 한다는 그러한 마음자세가 바로 나로 하여금 재기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고 그는 훗날 회고하였다. 그는 쥐런 빌딩 부도로 좌절했었지만, 오히려 그 실패를 거울로 삼기 위하여 거인이라는 뜻의 쥐런을 그룹 이름으로 계속 사용하였다.

그는 특히 시장의 ‘틈’ 혹은 ‘공백’을 분석하여 찾아내는 데 뛰어났다. 놀라운 후각으로 시장의 조그마한 ‘틈’을 찾아내 ‘나오바이진’뿐만 아니라 부동산업과 투자은행 분야도 새로 개척하였다. 또 ‘정투(征途)’라는 온라인 게임도 개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온라인게임도 ‘나오바이진’을 개발할 때처럼 3000여 명의 게이머들과 1인당 평균 2시간씩 심층적으로 대화하고 교류하면서 그들의 요구와 취향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방법을 탐색했던 결과물이었다.

그의 투자 방식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째, 잘 알지 못하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둘째, 자금이 부족하면 투자하지 않는다. 그리고 셋째 원칙은 인재가 충분치 못하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한 사람을 쓰는 용인(用人)에 있어서 그는 내부에서 배양된 사람만 발탁할 뿐 결코 외부의 낙하산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였다. 왜냐하면 내부 사람이야말로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와 계승에 더욱 부합하며 집행력 역시 더욱 확실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업무 평가에 있어서는 결과를 중시하여 공로만 인정할 뿐 노고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지녔다.

마침내 2007년 스위주가 이끄는 인터넷교육사이트 쥐런왕(巨人網) 온라인그룹은 미국 뉴욕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하였다. 시가총액 10억4500만 달러로서 미국에 상장된 중국의 최대 민영기업이었다. 2008년에는 중국의 명주(名酒) 중에서도 명주인 우량예(五粮液)를 인수하였고, 2009년 ‘포브스’ 지에 그는 15억 달러 자산가로서 중국 제14위 부호로 랭크되었다. 2017년 스위주는 모교인 저장대학교의 120주년에 쥐런 그룹을 대표하여 5000만 위안의 기금을 기부하였다.

▲나오바이진 광고.
▲나오바이진 광고.

“성공 경험은 비뚤어진 결과를 빚는다”

스위주는 “크게 일어나[大起], 크게 몰락했다가[大落] 다시 크게 일어난[又大起]”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일찍이 1992년 중국의 한 유명 여론조사 기관은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여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라고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빌 게이츠와 함께 스위주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뽑혔다.

그러나 1997년 쥐런 빌딩이 몰락한 뒤 스위주는 저장대학의 학생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당신이 재기하여 일어나지 못한다면, 당신이야말로 우리 세대의 마음을 가장 상하게 만든 인물이 될 것입니다.”

스위주는 자신의 삶에 대하여 이렇게 술회하였다.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특별히 뛰어난 것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단지 나의 장점은 꾸준히 노력하며 그리고 의지가 강하다는 것 정도이다. 다른 사람이 5시간에 하는 일을 나는 5일 밤낮을 계속 몰두할 수 있다. 그밖에 나는 기회가 다가올 때 결단할 수 있다.”

“성공한 경험은 대부분 비뚤어진 결과를 낳게 되지만, 실패의 경험이야말로 비로소 가장 정확한 교훈을 준다.”

중국의 저명한 실패자이자 불굴의 거인(巨人), 스위주의 ‘실패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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