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이 혁신성장의 답이다]김성준 차차 대표 “토종 승차공유에 ‘족쇄’…결국 우버만 좋은 일”

입력 2018-11-2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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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공유서비스 위법 판정에 30억 투자 날아가…포기 않고 차차모델 성공 입증할 것

“승차 공유 모델은 이미 해외에선 정착 단계를 넘어섰고, 사회 질서까지 바꿨어요. 토종 기업이 시장에 연착륙하지 못한 상황에서 승차 공유 플랫폼 시장이 개방되면 우버가 독식할 수 있고, 이는 곧 보이지 않는 매국까지 이어진다는 의미예요.”

김성준(49) 차차크리에이션 대표는 너털웃음을 짓다가도 승차 공유 사업을 이야기할 때면 미간에 주름까지 생길 만큼 진지해졌다. 승차 공유 서비스 ‘차차’를 운영하던 그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서비스 불법 판정을 받은 뒤 쉽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25일 김 대표를 서울 동작구에 있는 이투데이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하는 동안 김 대표는 종종 문장 끝에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차차의 위법 판정과 무관치 않다. 7월 국토부는 차차 서비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위반한 영업 행위라고 판단했다.

차차는 렌터카와 대리기사, 카셰어링을 결합한 신개념 승차 공유 서비스다. 승객이 앱으로 호출하면 차량이 지정한 장소로 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요금을 받는 서비스다. 차차 운전사는 평소에 자신이 빌린 렌터카를 몰고 다니다가 앱에 뜬 손님의 승차 호출을 운전사가 수락하면, 그 순간 렌터카는 렌터카업체에 자동 반납되고, 운전사의 신분은 렌터카 임차인에서 대리운전기사로 바뀐다. 반납된 렌터카는 차량을 호출한 손님에게 대여된다.

작년 10월 영업을 시작한 차차는 위법 판단을 받기 직전까지 강남구에서 월 기준 60대로 서비스를 운영했다. 회원 수는 4만 명을 웃돌았다. 김 대표는 “누적 이용 건이 10만 건이 넘었고, 재이용률은 7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판단 이후 영업을 중지한 차차는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17명이던 직원은 3명이 됐다. 예정됐던 30억 원 규모의 투자도 날아갔다. 김 대표는 “8월에 30억 원 투자가 예정대로 성사됐다면 국민이 열광하는 서비스가 탄생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차차를 내놓았을 당시 김 대표는 자신이 있었다. 공기업을 그만둔 뒤 16년간 렌터카 사업을 했던 그는 우리나라의 승차, 차량 공유 분야를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법리 검토도 유수의 법무법인에 맡겨 꼼꼼히 했다.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달리 재기의 기회가 적다고 판단해 출시 전에 신중을 기했다.

김 대표는 “규제로 인한 고통은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며 “다른 행정 부처 관계자들은 차차의 서비스 중단을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고백했다.

김 대표는 “법은 존중되어야 하고 사회질서를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우리나라 시장은 힘이 없으면 아무리 우수한 사업 모델이더라도 기회가 제한적이고 기존 기득권의 프레임에서 여러 이유로 규제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의 승차 공유 모델은 외국과 비교해 10년은 늦었다”며 “소비자들의 요구가 시장을 뒤덮기 전에 국가적인 숙제를 잘 풀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토종 기업이 정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버가 들어오게 되면 100% 우버가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진단했다. 12일 우버가 손희석 전 익스피디아코리아 대표를 우버코리아의 모빌리티 총괄에 공식 선임한 것도 심상치 않다고 풀이했다.

김 대표는 “타이밍이 절묘하다”며 “우버는 법이 개정돼 시장이 개방될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하게는 경제식민지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오게 돼 있는 미래”라며 “관료, 국회의원 모두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고는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IT 업계와 택시업계 간 갈등에 관해 그는 관료주의의 개선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정부 관료, 국회의원들 모두 고충이 심하면 책임을 면하기 위해 기존 사회 질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며 법 개선에 나서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관료 문화는 올바른 판단, 용기 있는 행동에 보상은 인색하고, 결과가 잘못 나오는 데 대해서는 막중한 책임을 묻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택시 업계가 안고 있는 일터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김 대표는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유경제가 안착하면 시장 파이가 커지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대표는 “택시 업계가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노력을 보여야 하는데 그동안의 불신이 쌓인 것은 분명하다”며 “승차 공유가 당장 택시 업계에 피해를 줄 수는 있지만 좌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단언했다.

차차 본연의 모델은 문 닫지만 김 대표는 이용자 중심의 이동 서비스 통합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론칭은 내년 초로 예정됐다. 그는 차차크리에이션 대표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차차 모델이 우리나라 토종기업으로 정착할 수 있는 행운의 모델임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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