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칼럼] 불확실성에 대한 참을성을

입력 2018-08-2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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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종종 따라가는 인터넷이나 신문기사 중 하나는 어떤 벤처가 어디서 얼마의 펀딩을 받아 어느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벤처가 어떤 아이디어로 어디서 펀드를 받았는지는 개인적으로 큰 관심사이다.

그러나 종종 이런 기사들을 대할 때 ‘또 그런 모델이구나’ 하고 느낀다. 꽤나 큰 펀딩을 꽤나 명성이 있는 한국 증권사나 펀드 운영사로부터 받은 모델은 더더구나 그렇다. 많은 경우 에어비앤비나 우버, 심리스 같은 음식 배달 서비스 등등 이미 외국에서 성공을 이룬 모델을 우리나라나 주변 국가로 확장하는 모델들이다.

기존 기업의 혁신전략과 마찬가지로 벤처전략에도 세 가지가 있다. 모방 벤처(imitative venture), 점진적 벤처(incremental venture), 급진적 혁신벤처(radically innovative venture) 등이다. 모방 벤처는 성공한 모델을 그대로 모방해 다른 시장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점진적 벤처는 기존 모델을 좀 더 사용하기 쉽게, 디자인이 좋게, 더 경제적으로 만드는 혁신을 집어넣은 것이다. 급진적 혁신벤처는 말 그대로 기존 모델로 만족하지 못하거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을 종전에 없는 급진적으로 다른 구동방식이나 조합으로 해결하는 벤처이다.

모방 벤처나 점진적 벤처 방식의 접근이 틀리거나 나쁘거나 성공의 기회가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 벤처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나 펀딩을 하는 입장에서 안 그래도 위험한 벤처의 미래 위험 관리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벤치마킹을 하다 보면 기존 모델의 단점이나 조직의 문제, 기업 운영의 실수를 배우게 돼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개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주요 펀딩을 받은 모델들이 우리 독자 아이디어라기보다 기존 모델을 확장해 향상시킨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조금 실망스러운 일이다. 바로 이런 접근방법, 즉 위험관리에 집중하여 진행하는 벤치마킹이 우리의 기존 기업들이 글로벌 마켓에 대처하는 주요 경쟁전략이었고, 우리의 기술과 경제 수준에 비해 아직 글로벌 브랜드가 그리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자신감과도 관련된 듯하다. 사실 우리의 기술력이나 디자인, 인력 등 벤처의 기본 재료가 될 수 있는 요소는 어느 선진국에도 뒤지지 않는다. 초기 아이디어 개발의 창의력 면에서도 우리는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 선진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진행하거나 모방 벤처, 점진적 벤처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자신감을 가지고 나가기 위해서는 한 가지 꼭 키워야 하는 면이 있다. 바로 불확실성에 대한 참을성이다. 이것도 교육, 사회풍조와 관련된 부분이라 하겠다. 우리 교육과 사회관계는 너무 빠른 답을 기대하게 만드는 듯하다. 빨리 답을 얻으려 하다 보니 끙끙거리며 안 가본 방식을 찾기보다 과거와 공식을 외우고 아는 선에서 변형하는 자세와 태도를 갖게 된다. 당장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에 대한 참을성이 저하된다. 처음 해보는 것의 위험요소를 실제보다 더 크게 느끼게 만든다.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글로벌 마켓에 우뚝 설 수 있는 급진적 모델이 나오게 하고 지속적 진행이 가능하게 하려면 우리 교육이, 사회가, 그리고 기업문화가 불확실성에 대한 참을성과, 해보고 또 해보고 뒤집고 또 뒤집어 보는 집요함을 좀 더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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