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 축구도 경제도, 조직력을 잃으면 敗한다

입력 2018-07-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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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BCT 감사

축구의 계절이다. 러시아 월드컵이 조별 리그전을 마치고 8강전 경기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16강에 들지 못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최강 독일에 완승하여 아쉬움을 달랬다.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두 사람, 메시와 호날두가 속한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도 8강에 들지 못했다. 대신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하고 있다. 장강의 앞강물은 뒷강물에 밀려나고, 낙엽은 새순에 밀려 떨어지는 것이다.

놀라운 팀은 스웨덴 대표팀이다.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 이탈리아를 이기고 본선 티켓을 따낸 팀이다. 본선에선 우리나라를 이겼고 독일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16강에선 스위스마저 잡고 8강에 들었다. 스웨덴보다 이름값에서 훨씬 앞서는 스페인이나 독일, 포르투갈이 모두 일찌감치 짐을 쌌지만 스웨덴은 아직 8강에 살아남아 있다. 스웨덴의 선전은 축구가 팀 경기라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준다.

“팀은 개인보다 위대하다”는 말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걸 구현하기 쉽지 않다.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의 실패가 웅변한다. 메시는 아르헨티나팀보다 위대했고, 호날두는 포르투갈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었다. 상대가 두 선수를 집중 방어하자 두 팀은 맥을 추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언제부터 축구라는 걸 하게 되었을까. 고대 중국 한나라 시절에 축구 형식의 공놀이가 있었다. 황제가 군사 훈련 목적으로 돼지나 소의 오줌통에 공기를 넣어 차고 달리기를 시켰으니 이를 '축국'(蹴鞠)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을 들어 축구의 기원이 중국이라고 중국축구협회가 주장했다. FIFA도 이 주장을 받아들여 축구의 기원으로 인정했다. 둥근 물체를 차고 노는 것은 그리스에도 있었고 이집트에도 있었고 남미에도 있었다. 그리스의 놀이는 로마에 의해 잉글랜드에 전해졌고 이것이 발전하여 근대축구가 되었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전쟁과 전투의 변형이다. 중세 농촌에서의 공놀이는 비전투적인 전투, 즉 가상의 전쟁을 세시풍속의 놀이로 승화시킨 것이었다. 축구는 공을 차면서 싸우는 것이다. 혼자 하는 싸움이 아니라 팀으로 싸우는 것이다. 팀 싸움의 핵심이 무엇인지는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이 보여주었다. 단적으로 조직력이다. 조직력이 무너지면 스포츠든 전쟁이든 이길 수 없다.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 멸망의 시작을 아드리아노플 전투로 잡았다. 376년께 게르만의 이동으로 고트족이 로마 영토로 들어와 반란을 일으키면서 급기야 전쟁이 시작된다. 당시 동로마제국 황제 발렌스는 서로마와 공동전선을 펴기로 해 놓고선 약속을 무시하고 먼저 전투를 개시한다. 전투의 결과는 대참패, 황제 발렌스마저 전사했다. 전쟁의 조직력을 무시한 결과였다. 이후 로마는 이민족과의 전쟁에서 이기지 못했다.

“축구는 스물두 명의 선수가 열한 명씩 두 팀으로 나눠 싸우다 마지막엔 독일이 이기는 스포츠다”라고 영국의 한 선수가 독일 축구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오죽 졌으면 그랬을까.

독일 축구는 한두 명의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지 않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팀 조직력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그런 독일이 우리 대표팀에 지고 탈락했다. 지난 대회 결승전에서 독일에 참패를 당한 브라질이 우리 대표팀에 감사를 표시했다.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해 주었다면서. 그만큼 브라질은 독일의 조직력을 무서워했다.

경제문제에서 조직력에 대한 지적이 자주 거론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통제권과 감독권 독립을 가지고 다투는 모습을 보였다. 근로시간 52시간 유예를 가지고도 불협화음을 보였다. 주무부처는 강행을 예고하고 정당에서는 유예를 주장했다. 그러다 6개월간 계도기간을 두는 것으로 조정이 되었다. 왜 미리 조정하지 못하였을까.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정부 내 인식의 차이를 보이더니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을 두고도 갈등을 보이고 있다. 정책의 조정을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아무래도 안 하는 것 같다.

축구에서 조직력의 요소는 세 가지, 패스와 팀워크 그리고 주도권이라고 한다. 축구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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