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희의 통상 브리핑] 한미FTA, 새로운 협상이슈를 선점하라

입력 2018-02-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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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웬디 커틀러를 만났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측 협상대표였던 그는 퇴직 후 모 싱크탱크에서 컨설팅을 하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해 묻자,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의 트럼프의 협상 전략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작년 8월 시작된 NAFTA 재협상은 6차 협상까지 했지만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의 완강한 저항으로 협상시한이 작년 12월에서 올해 3월로 연장된 상태이다.

물론 NAFTA 재협상이 3월 이전에 끝날 가능성은 없다. 더구나 7월 멕시코 대선 등 정치일정으로 협상 지속 여부도 불투명하다. 대략 세 가지 측면에서 NAFTA 재협상과 한·미 FTA 개정 협상을 비교해 보자.

우선, 협상 여건은 우리가 유리하다. 웬디의 훈수대로 NAFTA 협상 이슈를 분석하면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이 꺼낼 카드를 미리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일몰조항 채택에도 불구하고 폐지론이 계속 대두하고 있는 NAFTA와는 달리, 한·미 FTA는 최근 그러한 언급이 없다. 특히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한 11개국 합의가 3월 발표되면 미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다만, NAFTA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막말로 유명한 트럼프가 어디로 튈지 모르므로 항상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협상 일정도 한국이 유리하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 이전 NAFTA와 한·미 FTA 협상을 끝마쳐 성과를 내야 하므로 협상시한에 쫓기고 있다. 반면 우리는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고, 지금처럼 3주마다 협상을 한다면 상반기 중 협상 마무리도 가능하다. 사실 미국이 자동차, 부품, 원산지 등 시장 접근 분야의 개선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어, 이것만 집중적으로 협의하면 협상을 오래 끌 필요도 없다. 단, 우리도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익 균형을 얻지 못할 경우 정치적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끝으로, 협상 범위는 우리에게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NAFTA는 전면 개정을 전제로 미 의회에 직접 보고하고 승인받는 무역촉진권한(TPA) 규정을 따르고 있지만, 한·미 FTA는 대통령 직권으로 협상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FTA는 관세율표, 원산지 등 기술적 항목 개정에 한정될 것이고, 우리 농산물 보호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소폭 개정을 하면 전면 개정과 달리 협상 이슈가 많지 않아 주고받을 것이 적다. 미국은 품목별로 구체적 협상안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무역구제,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등 규범 개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좁은 폭으로 협상하다가 막판에 미측이 TPA가 없다는 이유로 규범 개정을 못 하겠다고 버틸 경우 우리는 이익 균형 카드를 잃게 된다.

요약하면, 최대한 협상 타결시기를 늦춰 미국의 애간장을 끓게 하되, 이익 균형을 맞출 새로운 협상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 사실 우리 업계가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바라는 것은 단 하나이다. 갑작스러운 세이프가드 발동 등 대미통상에서의 불확실성을 없애 달라는 것이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되 무역구제 발동 시 사전 협의 의무화 등은 꼭 챙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협상을 도와주기 위해 우리 언론이나 업계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의 협상카드는 보도하지 않고, 기대치를 대폭 낮추는 것이다.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 여건과 일정을 잘 활용해 이익 균형을 도모할 수 있도록 모두가 협상팀에 용기를 북돋워줘야 한다.

조만간 개최될 한·미 FTA 3차 협상에서 우리 협상팀의 파이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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