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

입력 2018-02-19 10:3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시재 GS리테일 커뮤니케이션팀 과장

“나는 육아를 많이 도와 주는 편이거든. 그래도 내 와이프는 나보고 더 도와 달래. 퇴근하고 집에 가서 애까지 보면 난 언제 쉬냐?”

아내가 육아휴직을 하고 애 보기를 전담했던 내 친구의 2년 전 넋두리였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던 일이 지금은 내 삶이 되고 보니 많은 생각들이 교차된다.

이제 12개월차 아기를 키우고 있는 초보아빠인 나는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나름 깨어 있는 남편이라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얼마 전 하루 동안 독박육아(?)를 하며 내가 얼마나 자기만족에 취해 있었는지 깨닫게 됐다. 이 세상의 남편들이 날 욕할지라도 감히 말하자면 하루 종일 독박육아를 해 보지 않은 남편은 육아에 대해 논하지 말지어다.

혼자 아기를 봤던 8시간은 마치 이등병이 전역 날짜를 기다리는 것만큼 길게 느껴졌었다. 밥 먹을 시간은 고사하고 마음 편히 화장실도 못 가고 계속 칭얼대는 아기를 혼자 보는 것은 주말에 아내와 함께 하는 육아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였다. 난 그동안 아내가 하는 육아를 옆에서 잠깐씩 도와주면서 마치 육아의 반을 책임지고 있는 남편 코스프레를 해 왔고, 육부심(육아+자부심)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혹자는 남편이 육아에 익숙하지 않아 혼자 아기 보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질 뿐이지, 절대적인 난이도가 회사 일보다 높다고 할 순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내 역시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다. 독박육아 이후로 퇴근 시간 10분 전에 “오늘은 정시 퇴근해요?”라고 묻는 아내의 전화가 애달프다. 나 오기만을 기다리는 아내에게 그동안 저녁 약속이 있어서 늦을 거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했던 것이 미안하다. 만약 지금의 내가 몇 년 전 넋두리하던 친구를 앞에 뒀다면 이렇게 말했으리라. “그럼 매일 독박육아 하는 너의 와이프는 24시간 애 보면서 언제 쉬냐?”

마지막으로 혹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2세 계획을 고민하는 이들이 오해할까 봐 밝히자면, 그래도 나는 아기가 태어나고 지난 11개월이 내 평생 가장 행복한 나날들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또 담배…근무 중 자리 비움 몇 분까지 이해 가능한가요 [데이터클립]
  • 일본은행, 엔저에도 금리 동결…엔ㆍ달러 156엔 돌파
  • 2024 호텔 망고빙수 가격 총 정리 [그래픽 스토리]
  • 민희진 "하이브, 사람 이렇게 담그는구나…날 살린 건 뉴진스"
  • 연이은 악수에 '와르르' 무너진 황선홍호…정몽규 4선 연임 '빨간불'
  • [컬처콕] "뉴진스 아류" 저격 받은 아일릿, 낯 뜨거운 실력에도 차트 뚫은 이유
  • 하이브, '집안 싸움'에 주가 5% 급락…시총 4000억원 추가 증발
  • "KB금융, 홍콩 ELS 보상 비용 8630억…비용 제외 시 호실적"
  • 오늘의 상승종목

  • 04.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0,709,000
    • -1.44%
    • 이더리움
    • 4,495,000
    • +0.18%
    • 비트코인 캐시
    • 686,500
    • +0.59%
    • 리플
    • 746
    • -1.58%
    • 솔라나
    • 197,000
    • -4%
    • 에이다
    • 663
    • -2.64%
    • 이오스
    • 1,191
    • +2.67%
    • 트론
    • 171
    • +1.79%
    • 스텔라루멘
    • 163
    • -0.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94,450
    • +0.64%
    • 체인링크
    • 20,470
    • -2.66%
    • 샌드박스
    • 653
    • -1.3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