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이혼, 최후의 선택이어야

입력 2017-07-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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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이혼소송에서 ‘완승’했다는 기사 제목이 눈에 거슬렸다. 남편이 재산 분할로 1조2000억 원을 요구했지만 86억여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다는 것인데 ‘완승’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 조정 신청을 해서 또 화제가 되고 있다. ‘세기의 결혼’, ‘남자 신데렐라’라며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던 이들의 이혼만이 아니라 이혼은 이제 일반적인 사회현상이 되어버렸다.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느끼거나 어려움에 부닥치면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성격 차이 등을 내세워 너무 쉽게 이혼으로 도피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결혼생활의 모습과 달리 자신의 삶이 잘 안 풀리면 배우자를 잘못 만나서라고 결론 내리고 이혼이라는 카드부터 먼저 떠올린다. 자신의 결혼생활은 이미 끝났다고 단정 짓고 이혼만 하면 새 세상이 열릴 거라고 주문을 걸면서 이혼이라는 함정에 서서히 빠지는 것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선의의 조언이나 충고 때문에 이혼을 감행하는 사람도 있다. 나의 고민이나 아픔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았을 때, 가까운 자매 형제나 부모, 친구들이 처음에는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내 편을 들어준다. 그때는 이해받고 인정받는 느낌이 들면서 위로가 되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관계만 더 악화되기도 한다. 다른 한쪽의 얘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하는, 팔이 안으로 굽는 충고일 수 있어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률적인 조언도 마찬가지다. 이혼을 하기 위해 변호사를 찾지만 그들은 화해가 아니라 법적 다툼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전문가다. 그러나 상대방도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싸움으로 더 깊은 상처를 입고 서로 원수가 되기도 한다.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살아야 하는 자녀들을 생각하면 이혼은 그 어떤 경우에도 최후의 수단이요, 선택이어야 한다. 설사 이혼 후 부모의 삶이 행복해진다고 해도 그것이 자녀들의 행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내면의 갈등에 시달리기도 하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거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도 서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고 기르는 데에도 부정적이다. 부모의 행복추구권도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부는 무엇보다 자녀의 삶을 먼저 고려하고 자녀의 의사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이혼의 후유증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 일시적이 아니라 매우 장기적으로 나타나 삶을 황폐하게 한다. 이혼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한 보따리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혼 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고 대안도 없이 충동적으로 감행한 이혼은 대단히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이혼을 한 후 더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어떤 연구에서도, 이혼한 사람은 반드시 불행해진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혼 후 내 삶이 행복해진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후회하지 않는 이혼, 이혼 전보다 이혼 후의 삶이 더 나은 이혼을 위해 신중하고 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애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연일 폭염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부부나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즐거운 여행길에서 싸우다가 이혼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결혼생활에서 사랑과 믿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내’다. 부부가 함께 참고 견디며 결혼생활을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것의 위대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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