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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트럼프 탄핵론] 70세 거물 사업가는 정치를 너무 얕봤다

[이투데이 배준호 기자]

‘러시아 게이트’ 탄핵으로 비화하기까지 정치적 한계 드러내…트럼프 “최악의 정치인 마녀사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캠프가 러시아 정부와 내통했다는 ‘러시아 게이트’가 이제 단순한 스캔들을 넘어 트럼프 탄핵론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사업가 출신 대통령의 정치적 한계가 이번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은 궁극적인 제재로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을 뒤흔드는 위기의 발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피해 대부분은 트럼프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현재 트럼프는 거듭 러시아와의 연계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선 당시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불법행위에 대해 특검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항변하고, 이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정치인 마녀사냥이 이뤄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날 미국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도 최근 언론 보도를 비판하며 “역사상 어떤 정치인도 나처럼 불공정하고 나쁘게 취급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에 대해 서구 역사학자들은 역사적인 여러 사례를 들며 트럼프를 비꼬았다. 영국 역사학자인 댄 스노우는 일련의 트위터에서 로마의 발레리안 황제와 영국의 올리버 크롬웰, 콩고의 독립운동가이자 쿠데타로 암살당한 파트리스 루뭄바 등 트럼프 발언을 반박할 수 있는 역사적 인물들을 소개했다. 트럼프의 신중하지 못한 충동적인 언행을 단칼에 논박한 것이다.

그만큼 트럼프는 자신이 사업할 때와 정치가의 정점인 대통령으로서 활동할 때가 너무 다르다는 점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할 때부터 러시아 게이트를 제외하더라도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금도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를 둘러싼 이해상충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이를 무시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약속했던 일자리 회복과 경제성장 가속화를 달성하려면 의회와의 협력이 필요한데도 여당인 공화당과도 충돌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취임 이후에는 오바마케어 폐지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반(反) 이민 행정명령 등 오바마 레거시 청산에만 몰두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러시아 게이트를 둘러싼 워싱턴 정가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FT는 강조했다. 트럼프는 미국 정보기관과 명백한 전쟁상태에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지난주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적으로 해임하면서 FBI를 기능 부전의 상태에 빠뜨렸다. 세제 개혁과 인프라 투자 등 법제화가 필요한 핵심 정책 어젠다들은 의회와의 갈등에 이어 러시아 게이트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런 혼란의 주범 역시 트럼프라는 것이 중론이다.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하면서 트럼프는 FBI의 러시아 게이트 조사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고 FT는 꼬집었다. 또 트럼프는 코미 해임 그다음 날 러시아 외교관들과의 회담에서 기밀정보를 유출시켜 미국 정부와 의회 모두를 기겁하게 만들었지만 러시아와 정보를 공유할 권리가 있다고 단언했다. 최근에는 그가 지난 2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FBI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박했다는 것이 밝혀져 더욱 파문이 커졌다. 결국 법무부는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을 특검으로 임명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특히 특검 임명을 주도한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 부장관은 특검 발표 30분 전에야 이를 백악관에 통보해 트럼프가 사면초가에 몰렸음을 암시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러시아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어 관련 조사 등에 아예 손을 뗀 상태다.

과거 특검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수사도 진두지휘하는 등 정권과 독립된 입장에서 형사고발을 포함해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특검 수사에서 트럼프의 기밀유출과 사법방해 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탄핵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

사업할 때는 자신의 언행이나 결정이 실수로 드러나도 금전적 피해를 보는 것에 그칠 수 있지만 정치는 다르다는 점을 망각한 것이 탄핵 위기로까지 이어졌다. FT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이 미국이라는 한 국가의 최고경영자(CEO)로는 실패한 것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보다는 정부 정책과제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FT는 물려받은 재산으로 부를 일구고 당에 대한 충성심이 없으며, 자신의 길을 고집하는 70대의 사업가인 트럼프가 이렇게 하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도 시험대에 오른 것은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의원들이 탄핵에 신중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한다. FT는 아무리 트럼프가 능력 부족이지만 이를 이유로 탄핵에 들어가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의원들이 헌법을 수호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판단해야 하며 당보다 국가를 우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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