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이기적이어서 사랑받을 때가 왔다

입력 2017-01-24 10:37 수정 2017-01-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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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브랜드인큐베이팅그룹 ㈜커뮤즈파트너스 대표

무엇을 위해 사는지 사람마다 연유가 모두 다르겠지만, 목적이 ‘무엇(what)’이 아닌 ‘누구(who)’로 바뀐다면, 대상으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나열하자면 아이를 낳은 부모는 자식을 첫째로 꼽을 확률이 크고, 사랑하는 여인을 목적으로 삼는 로맨티스트도 있겠다. 빈말인지 모르겠으나 정치판의 그들은 국민을 위한다고 할 것이며, 종교인이라면 응당 속세의 어리석은 인간을 구하기 위함이라고 하겠다. 당신은 누구를 위해 사는가?

곧 설 명절이다. 대체 휴일까지 포함해 꿈 같은 4일의 황금연휴가 주어지지만, 4050 가장은 몸도 마음도 하릴없이 그저 바쁘기만 하다. 양가 부모님의 선물과 아이들의 설빔, 막히는 귀성길 걱정에 자기 자신의 헝클어진 모양새 따위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 어디 옷매무새뿐이겠는가. 묵은해를 보내며 시간을 반추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없다. 나를 돌아봤던 시간이 까마득하다.

우연히 ‘커피소년’이라는 가수의 ‘나를 사랑하자’라는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캄캄한 오늘을 살며, 거북이 느린 걸음으로 발버둥치며 걷고 있는 힘든 나를, 눈물로 보석을 삼고 있을 나를 사랑하자”는 취지의 가사가 쉬 머릿속에서 걷히지 않는다. 정신 보상까지야 면책 대상이라고 치더라도 지난 한 해 365일 꼬박 움직여준 육신(肉身)에게는 뭐라 위로의 말 한마디쯤 건네야 할 것 같다. 나를 위해 꼬박 한 해를, 그 누구보다도 말없이 나와 함께 머물러준 ‘내 속의 나’에게는 나만 아는 화법으로, 눈물이 날 만큼 솔직하게 고백하고 오롯이 감사해하는 것이 맞다.

누구를 위해 살 것이냐는 질문이 지극히 철학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병맛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구구절절한 설명이 귀에 안 들어오는 시대가 아닌가. 형식적임이 느껴지는 이타(利他)적인 모습보다는 지극히 이기(利己)적인 자에게서 자존심의 동경이 싹트고, 그에게서 오히려 살아 있는 ‘생(生)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시대다.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사는 이를 탓하는 것은 벌받을 일이겠으나, 자기 자신 하나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 또한 ‘바보탱이’라는 말을 들어 마땅한 시대다. 나를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 나조차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어찌 내가 또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헌신을 운운할 수 있을까. ‘A가 B이면, B는 C가 된다’는 그 흔한 수식에도 적용하지 못할 뿌연 자기 확신을 가지고, 타인을 사랑한다는 외침이 그 자체로 초라한 시대가 지금이다.

곧 나의 마흔네 번째 생일이다. 사십 중반에 생일 따위가 뭔 의미가 있을까마는 설 명절 연휴를 핑계 삼아 혼자만의 여행을 다녀올까 한다. 7년 전 첫 사업을 접고 다녀온 3박 4일의 지심도(知心島) 여행이 실패한 자의 위안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면, 이번 설 여행은 앞으로 더욱 잘 살아주길 바라는 나 자신에게 바치는 뇌물의 성격이 농후하다. 사회에서야 뇌물은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 범법일 테지만 나의 육신과 정신에게 바치는 뇌물이야말로 완전범죄 그 자체일 것이다.

올해는 남에게 선물 하나를 선사할 때, 나에게도 같은 수의 선물을 줄 생각이다. 그가 소중한 만큼 내가 소중함을 자신에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내 진정성을 스스로 의심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내가 행복해야 진정 편한 웃음이 드리워지고, 심적인 여유가 생겨야 비로소 주위를 둘러보는 것은 수준 낮은 나에게 있어 무척 중요한 근간이기 때문이다. 커피소년의 ‘나를 사랑하자’라는 잔잔한 노래가 더욱 흥겹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사랑하기로 한 것은 참 잘한 것 같다. 모두들 ‘자신’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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