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EO 대통령이 보여주는 ‘정실 자본주의’ 극치

입력 2017-01-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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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국제부 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는 당당한 위용을 내뿜는 58층짜리 트럼프타워가 있다. 이 빌딩의 주인은 알려진 바와 같이 차기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의 재산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70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것보다 많다고 집계될 정도로 그는 성공한 사업가다. 억만장자 기업가 출신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된 것은 그 나라가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미국이기에 수긍이 가는 면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는 반(反)자본주의라고 표현할 만큼 기이하다. 민간 기업이 내리는 경영적 판단에 일일이 개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9일 트위터 계정에서 미국 신규 투자를 발표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포드자동차를 극찬했다. 같은 날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과의 회동에서는 미국에서 5년 내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어내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앞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트럼프타워에서 만남을 가진 뒤 ‘미국 내 5만 개 일자리 창출’을 공언했다. 트럼프는 손 회장을 “업계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당장은 시장에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실 자본주의는 폐해를 낳기 마련이다. 미국 내에서 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손정의 회장이 스프린트와 T모바일 간 합병을 트럼프에게서 선물로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대표적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좌절됐던 합병 건을 트럼프 공약에 화답한 대가로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간 기업의 경영권을 정부가 쥐고 흔드는 셈이다. 자본주의가 갖는 역동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법인세율 인하와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한쪽에서는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 동시에 자신의 입을 통해 기업을 옥죄는 것은 아닌지, CEO 대통령은 정책 관련 서류를 보기 전에 자기 입을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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