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울어진 운동장

입력 2016-07-28 09:31 수정 2016-07-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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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길 사회경제부 기자

주목받는 소수의견을 많이 냈던 박시환 전 대법관은 재직 시절 이른 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소신을 굽히고 유죄 판결했다. 그는 일선 법원 판사시절에는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며 병역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박 대법관이 소신을 굽혔던 이유는 전원합의체에서 선례로 남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의견이 엇갈리면 사건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함께 결론을 내는 전원합의체로 넘어간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서 나온 결론을 가장 단기간에 바꾼 사례는 교회 분열이 허용되는 지에 관한 민사 판결로, 13년이 걸렸다고 한다. 박 전 대법관이 전원합의체 회부를 우려해 소신을 꺾은 사례는 반대로 생각하면 대법원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판결한다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다.

"소수의견으로 기억되는 것은 판결로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렸던 전수안 전 대법관의 말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소수자의 대변자로 화려하게 주목받았던 그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대법관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는 것은 시민의 의견이 나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관이 돼 생각한 것을 판결로 펼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그 욕심이 소수의견으로 좌절되리라는 걸 어리석게도 몰랐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선고한 17건의 사건 중 7건이 만장일치였다. 여기에는 형사사건에서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약정하는 게 무효라는 판결이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를 사실상 무죄로 판단한 판결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도 여럿 포함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최근 신임 대법관으로 학자 출신의 김재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명했다. 고위직 판사 출신 일색인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그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기를 바라지만, 현재 대법원 구성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내년에는 이상훈·박병대 대법관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다. 후임 인선을 통해 학자나 변호사 출신 비율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은 아니다. 지금까지 대법관 인선에 영향을 줬던 출신 지역이나 학교는 더더욱 고려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대법원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 수 있는 인물이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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