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시도교육감과 대화하라

입력 2016-02-0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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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사회경제부장

누리과정(만 3∼5세 보육·교육 과정), 쉽게 말해서 어린이집 지원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육교사들의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상황이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는 부모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이 문제의 책임은 대체 누구에게 있는가?

논란이 있다는 그 자체로 당사자 모두가 비판을 받아야 할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 누리예산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 기획재정부 장관, 교육부장관, 그리고 전국 시·도 교육감이 있다. 누군가는 책임이 있을 것이다. 과연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가? 논란의 출발점은 대체 어디인가?

우선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로 되돌아가 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0∼5세 어린이의 보육과 유아교육을 국가에서 완전히 책임지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은 새누리당 대선 공약집에도 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12월 “출산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아이 기르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13년 1월에는 “보육사업처럼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발언했다.

이에 교육부는 2014년에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451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당시 교육부는 기획재정부에 보낸 공문에서 ‘주요 국정과제인 누리과정 어린이집 지원분에 대한 국고지원이 없이는 시·도 교육청이 재원 부족으로 어린이집분에 대한 지자체 전출 거부 등 사태 발생이 예상되므로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반드시 국고 지원 필요’라고 명기했다. 지원 근거로는 유아교육법과 함께 ‘대선공약’이 제시됐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한 푼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렀다.

이 지점에서 새로운 논란이 발생한다. 대통령이 공약을 했다 하더라도 일단 시·도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해놓고 나중에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논리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관리감독한다. 즉 원래 시·도 교육청 소관 업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당연히 예산이 편성되어 있지 않다. 만약 시·도 교육청이 보육예산을 만들려면 다른 초·중·고 예산에서 빼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아무런 법률적 근거가 없는 행정이 된다. 예산을 편성하는 것 자체가 법률 위반이다.

그래서일까? 정부에서 관련 법률의 시행령을 몽땅 바꿔서 시·도 교육청에 책임을 떠넘겨놨다. 2012년 대선 당시에 국가에서 책임지겠다고 했던 공약은 싹 날려먹었다.

청와대의 해명도 군색하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1일 월례 경제브리핑에서 “공약에 포괄된 것은 누리과정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그리고 교육 당국이 서로 협업해서 합심해서 해나가자라고 하는 것이었다”며 “지금 일부 주장대로 모든 돈을 중앙정부가 다 (조달)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선 공약에서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한 발언에서 ‘국가’에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교육당국’이 모두 포함된다는 의미다.

청와대의 해명을 인정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우선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공약으로 내세웠을 가능성, 그리고 대통령 자신은 이미 예산을 다 내려보냈다고 믿고 있을 가능성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대통령 입에서 나오는 발언을 보면 자기 할 일은 다했는데 시·도 교육감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장관이나 참모들이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진짜 문제는 안 수석의 해명대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그리고 교육 당국이 서로 협업해서 합심해서 해나가자라고 하는 것”이었다면 왜 지방정부, 시·도 교육감들과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고 책임만 떠넘겼느냐는 것이다. 이게 ‘협업해서 합심해서 해나가자’는 태도인가?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시·도 교육감들과 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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