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벤지 포르노, 사랑은 가도 '섹스 동영상'은 남아? [e기자의 그런데]

입력 2015-07-21 23:30 수정 2017-06-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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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이비, 한성주, 에일리. 모두 전 남자 친구로부터 '동영상' 유출 협박이나 피해를 당했다.(사진=연합뉴스/이투데이DB)
▲(왼쪽부터) 아이비, 한성주, 에일리. 모두 전 남자 친구로부터 '동영상' 유출 협박이나 피해를 당했다.(사진=연합뉴스/이투데이DB)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라고 들어보셨나요?

언뜻 게임용어인가하고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단어, '복수 포르노'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알고보면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려고 인터넷에 은밀한 사생활이 담긴 영상이나 사진을 공개하는 치졸한 행위를 말합니다. 헤어진 연인의 '뒤끝'때문에 사진이 SNS에 공개, 당사자가 한순간에 포르노 배우로 전락되는 것도 모자라 개인정보까지 공개돼 심각한 사생활 침해와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맹활약하고 있는 가수 아이비. 아이비는 2007년 당시 남자친구였던 유모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가 섹스동영상 유포 협박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여파로 아이비는 활동을 잠정 중단해야 했고 여자로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죠. 방송인 한성주도 2011년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돼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는데요. 이는 전 남자친구인 대만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수가 유출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죠. 미국 교포 출신 가수 에일리 역시 2013년 전 남자친구가 유출한 사진이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죠.

이처럼 누드사진이나 성관계 동영상 유출 문제가 연예인에만 국한된 것처럼 보이지만 SNS의 발달로 최근 일반인의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광주 한 대학병원. 때아닌 '섹스 동영상'으로 난리가 났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의 성관계 동영상은 물론 동영상 주인공의 신상정보가 '찌라시' 형태로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죠. 이 영상은 연인관계였던 여성이 자신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예전 남자친구와 다시 만나자 악의를 품고 유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디 이 사례뿐이겠습니까. 이른바 '보라카이녀' '하늘보리녀' '나어때녀' '교정녀' 등 별명으로 불리는 일반인 여성의 사진과 동영상들이 일부 불법 사이트에서 나돌고 있죠.

리벤지 포르노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쌍방이 합의하에 찍는 것과 상대 몰래 찍는 것이죠. 분명한 것은 연인 관계인 것과 상관없이 상대방 몰래 촬영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며 처벌 대상이라는 겁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을 찍냐' '이런 것을 찍도록 합의해주는 여자가 문제 아니냐'는 시선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의 요구를 단호박처럼 거절하기는 쉽지 않죠. 특히 사랑하기 때문에, 또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내키지 않는' 요구에 응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리벤지 포르노 문제의 시작은 '사랑의 유한성'에 있습니다. 사실 남녀가 사랑을 하고, 연인 관계에 있다면 성관계 동영상이 커플 사이에서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식고, 그 자리에 원망과 미움이 남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서로 합의하에 촬영을 했든, 몰래 촬영한 것이든 이별을 통보한 상대방을 겨누는 비수가 될 수 있죠.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일부 무개념남의 개인의 문제, 여성의 잘못된 선택으로만 생각해야 할까요.

사실 리벤지 포르노는 전 세계 '골칫거리'로 부상한 지 오랩니다. 미국에서는 2012년 전 여자친구나 배우자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올리는 사이트 '네 사진이 올라갔네(Ugotposted.com)'가 논란이 됐었고요. 결국 이 사이트의 운영자 케빈 크리스토퍼 볼라르(28)는 징역 18년 형이라는 중형을 선고 받았죠. '성인물의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도 복수 포르노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10대 미성년자 피해가 급증하자 일본에서는 지난해 '복수 포르노' 사범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법률이 만들어지기도 했죠.

복수 포르노가 온라인에서 기승을 부리자 지난달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자체 차단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밝혔고요. 구글 역시 복수 포르노 관련 콘텐츠를 검색결과에서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와 함께 법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미국과 일본 영국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에서 '복수 포르노'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 법적 대응책을 마련하는가 하면 이를 위한 공론화에 나서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영상에 찍힌 여자가 문제'라는 보수적 시각과 함께 개인적 문제로 치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지 않고 있죠.

하지만 '복수 포르노' 유출로 한 여성의 인권이 박탈되고, 이러한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 이는 명백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유출은 개인의 힘으로는 확산을 저지할 수 없다는 것에 그 심각성이 있고요. 하루 빨리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대책 마련 논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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