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인기있는 은퇴남편 1순위는?

입력 2014-11-2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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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 대표

노후설계 강의를 할 때 건강, 노후자금 못지 않게 평생현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모자라는 노후자금 때문에도 그렇지만 퇴직 후 30~40년 동안의 보람 있는 삶을 위해서도 자신에 맞는 소일거리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이다. 이런식의 강의에 대해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수긍을 하는 표정을 짓는데 가끔은 불만을 표시하는 남성들도 있다.

한번은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평생현역'이라는 말을 끝내는 순간 한 남성 참가자가 손을 번쩍 들고 일어나더니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아니 왜 남자들한테만 일하라고 그러십니까? 요즘 점심때 시내 음식점에 한번 가보세요. 맛있는 것은 여성들끼리 모여서 다 먹고 있고, 헬스클럽에 가보면 땀 뻘뻘 흘리며 운동하고 있는 게 여성들인데 왜 남자들에게만 일하라고 하는 겁니까?"

많은 남성들이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그 동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던 아내와 외식도 하고 여행도 하며 오순도순 정답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는다. 아내 역시 그러한 시간을 기다려왔을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아내는 더 이상 남편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생활을 누리고 있는 아내는 밖에 나가 친구들과 모임을 갖거나 이런저런 취미를 즐기느라 바빠서 예전처럼 남편을 챙기려 들지 않는다. 남편들 입장에서는 이런 아내들에게 섭섭할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아내들은 놔두고 남편들에게만 평생현역 하라는 말을 하면 화가 날 만도 하다. 따라서, 다른 무엇보다도 이렇게 상실감에 빠져 있는 남편들이 평생현역의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아내들의 협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남편들 또한 아내들이 힘든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해서 돌아온 남편을 왜 그렇게 부담스럽게 생각하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어느 날 갑자기 부부간의 신뢰가 깨져서 나타나는 현상일까? 아니면 부부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생100세시대로 진입하면서 퇴직 후에 부부 단둘이만 사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종래에는 자녀를 여럿 낳은 데다 수명도 짧고 손자손녀를 봐주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자녀가 독립한 후 남편과 아내 단 둘이서만 사는 시간이 매우 짧았다. 서울대 한경혜교수는 '부부 둘이 사는 시간이 1.4년'에 불과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그런데 자녀를 적게 낳는 데다 수명까지 늘어난 오늘날에는, 부부 단둘이 사는 시간이 과거보다 무려 10배 이상 늘어났다. 한 교수는 20년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역사상 그런 경험이 없다. 단둘이 사는데 대한 노하우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남편이 공무원으로 30년 넘게 일하고 퇴직했는데, 그 동안 밤낮없이 일하느라 고생했거든요. 많지는 않지만 공무원연금으로 사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아서, 이제 내가 남편에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 한 달 지나고 두 달 지나고 석 달이 지나니까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남편이 미워지는 거예요. 남편은 아침에 이를 닦고 나면 칫솔의 물기를 털으려고 세면대에 탁탁 치는 습관이 있는데, 3개월쯤 지나니까 그 소리가 너무 거슬리는 거예요. 그러더니 모든 게 꼴 보기 싫어지더라고요."

어느 날 아내가 평소 가깝게 지내는 전직 공무원 부인으로부터 들었다며 전해준 이야기이다. 그 부인은 마음씨 좋고 인자하기로 유명한 분이다. 그런데도 사소한 이유 때문에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이니 성격 나쁜(?) 부인들은 어떻겠는가? 따라서 은퇴남편들은 '우리 마누라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집 마누라들도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면 어떨까? 그러면 섭섭한 마음이 좀 누그러지지 않을까? 또 '한국마누라들만 그런 게 아니고 세계 마누라들이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면 어떨까? 그러면 억울한 마음이 좀 덜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대응방법을 찾게 되지 않을까?

다른 나라 아내들도 다 똑같다는 사례로 일본의 은퇴전문가 오가와 유리가 전하는 일본의 인기 있는 은퇴남편 1순위를 소개한다. 어떤 남편이 인기 있는 남편일까? 집안일 잘 도와주는 남편? 건강한 남편? 요리 잘 하는 남편? 상냥한 남편? 그 어느 것도 아니다. '집에 없는 남편'이란다.

세계의 모든 아내들이 다 이렇다면 결국 남편들이 바뀔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퇴직 후에도 낮 시간만은 돈벌이가 되든 안되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그럴 수 있는 소일거리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도 답은 결국 평생현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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