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로 장편소설 한 권을 냈다. 책을 낼 때마다 ‘내가 제일 처음 소설을 읽었던 것은 언제일까’ 생각하게 된다. 또 어쩌다 작가가 되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린 시절 집에 여러 책이 있었겠지만, 내가 제일 처음 소설이라는 형식의 글을 접한 것은 황순원의 ‘소나기’였다.
이제 열 살 된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한국문학을 알아서, 또 그 소설이 유명한지를...
직업이 소설가이고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어쩌다 보니 지난 몇 해 동안 고향 강원도에서 ‘강릉 바우길’이란 이름의 걷는 길을 탐사했다. 일 년쯤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일이 몇 년간 계속되어 지금은 기본 코스로만 19개 구간 300km가 넘는 걷는 길이 탐사되었다.
그렇게 몇 년 애쓴 덕분에 강릉 바우길은 제주 올레와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트레일이...
작가로서 참 오랜만에 총선 선거운동 현장에 나가 보았다. 이번 20대 총선은 야당의 자폭식 분당과 여당의 막장 드라마 같은 공천 마무리 과정을 보면 거기에 분명 어떤 이슈가 뒤따를 법한데, 막상 판이 벌어지자 특별한 이슈도 없고, 그렇다고 각 당마다의 특별한 공약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그건 지켜보는 관전자의 입장이고, 막상 선거를 치르는 사람들은 당대 당의...
먼저 여성 후보 간 대결이 한창인 서울 서초갑을 유명 소설가 이순원이 동행 취재한 결과를 4일 신문에 실었습니다. 한국일보 총선보도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약한 경험을 살려 새누리당 이혜훈,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후보의 눈을 통해 본 서초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이어 5회에 걸쳐 각 분야 전문성을 가진 기자들이 경제...
내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는 집안에 무슨 일만 있으면 집 뒤에 있는 조상님의 영당을 찾았다. 집안에 좋은 일이 있어도, 나쁜 일이 있어도 할아버지는 그곳에 가서 아무 말이 없는 조상님께 집안의 일도 말씀드리고, 또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옳을지 의논하고 왔다. 그곳에 조상님의 영정이 모셔져 있어 그냥 위패만 모신 사당에 가서 말씀드리고 의논하는 것보다는 좀...
강원도 출신 소설가 전상국, 이순원, 김도연, 강영숙, 이기호가 ‘봄봄’의 뒷 이야기를 다양한 상상력으로 펼쳐냈다. 작가들은 소설 속 ‘나’에 칠보, 성구, 종포 등 특색있는 이름을 붙여 이야기를 풀어냈다.
소설 ‘봄봄’ 속 ‘나’는 점순이와 혼례를 약속하고 봉필영감의 데릴사위로 들어간다. 그러나 봉필영감은 혼례를 미루며 ‘나’에게 일만 시키고, 소설은...
내 소설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은 지금은 서른세 살이 된 우리 집 큰아이가 열두 살 초등학교 5학년일 때 그 아이와 함께 대관령 고갯길을 걸어 넘으며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것이다. 그래서 서른세 살이나 된 우리 큰아이의 별명은 회사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아직도 ‘책에 나오는 아이’이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 아이의 별명이 ‘책에 나오는 아이’...
지난 몇 년간 이런저런 일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탐사한 트레킹 코스 강원도 바우길 위에서도 만나고, 이런저런 강연회와 이런저런 술자리에서도 만났다. 대략 마흔다섯부터 예순까지의 사람들이다. 어쩌면 이것이 오늘날 우리 시대 우리 어른들의 보편적인 모습일지 모르겠다. 들은 대로 몇 개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집 장만하고, 아이들 공부...
감자는 어느 철에 수확할까. 며칠 전 강원도 고향 사람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길가에서 파는 감자 무더기를 보았다. 막 밭에서 캐 온 듯 아직 마르지 않은 검은 흙이 묻어 있는 감자였다. 나는 예전 강원도에 살던 시절만 생각하고 저 감자는 하우스에서 키운 감자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몇 년 전까지 강원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마을 이장 일을 보았던 후배가 하우스...
설 명절이 다가오니 예전에 설이 되면 어머니가 집에서 일일이 만들던 음식들이 생각난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떡이다. 엿도 고고, 두부도 만들고, 한과도 만들지만, 명절 하면 우선 떡이다.
쌀로 지은 밥을 이밥이라고 부르듯 쌀로 하얗게 만든 떡을 우리는 이떡이라고 불렀다. 이떡을 만들 때 지난봄에 뜯어온 쑥을 넣으면 쑥떡이 되고, 취나물을 넣으면...
올해에도 어느 신문의 신춘문예 심사에 참여했다. 문예작품 심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최근 들어서는 더욱 이런저런 공모전의 응모자들이 남자보다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당선자 역시 여자가 더 많다.
응모한 작품이 소설이든 에세이든 여성 응모자의 경우 글의 첫 구절이 식구들 모두 집을 나간 시간 혼자 커피 한 잔을 타서 거실에 나와 창문을 열고 음악을...
겨울이 맨날 영상기온이면 겨울 같지가 않다. 얼음이 얼지 않아 얼음축제를 못 하거나 연기했는데, 요 며칠 제법 추워지는 것 같다. 강원도는 이렇게 추울 때 가야 제맛이다. 서울에서 동쪽으로 달려가 대관령 한계령 진부령 미시령을 넘거나, 원주 태백 정동진을 거쳐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 아니면 내륙으로 올라가면 산천어 축제를 하는 화천도 있고 빙어 축제를 하는...
1996년 로 제27회 동인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이순원(李舜源 · 57).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던 그였다. 아버지로 인해 겪은 유년시절의 상처와 어머니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죄송스러웠지만 그럴수록 전화 한 통 드리는 게 더 어려웠다.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던 어느 날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다. 좀 다녀가라는 것. 아버지의...
“아빠, 오늘 일찍 집에 들어와요?”
아침에 은지가 물었다. 아빠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들처럼 일찍 집으로 들어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빠는 대답 대신 머뭇거리며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은지야, 아빠 오늘 밤 일하셔.”
대신 엄마가 말했다. 아빠가 하는 일은 큰 회사의 건물을 지키는 일이었다. 그래서 사흘에 한 번 회사에서 밤을 새웠다. 지난봄...
“얘야, 첫해의 꽃으로 열매를 맺는 나무는 없단다. 그건 나무가 아니라 한 해를 살다 가는 풀들의 세상에서나 있는 일이란다.”
“밤 한 알을 화로에 묻으면 한 사람의 입이 즐겁고 말지만, 그걸 땅에 묻으면 백년을 두고 화로에 묻을 밤이 나온단다.”
어릴 때 늘 할아버지에게 듣던 말이다. 실제로 내가 태어나고 자란 시골집 뒷마당에는 커다란 밤나무 한 그루가 서...
누구나 한 해를 보내며 마음 안에 고마운 분들이 있다. 어느 해엔 인생에서 아주 큰 도움을 받은 분이 있기도 하고, 두고두고 잊지 못할 은혜와 가르침을 받은 분이 있기도 하다.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도 선물을 보내기도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쯤 그런 분들에게 감사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예전 어느 한때는 선물을 준비하는 나에게도 부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