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비둘기’로 커밍아웃…내년 추가인하 가능성↑

입력 2014-10-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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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방리스크 우세…경기 모멘텀 살리려면 지금 인하해야”

▲이주열 한은 총재가 15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취임한 이후 두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금리를 역대 최저치로 끌어내렸다. 한은맨 출신임에 따라 ‘매파’(물가중시 강경파)로 여겨진 이 총재가 이번에 ‘비둘기파’(성장중시 온건파)로 제대로 커밍아웃을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이 총재가 이끌 향후 4년간의 금통위는 완화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한은은 15일 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2.0%로 결정했다. 지난 8월 2.50%에서 2.25%로 내리고서 두달만에 다시 인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운영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앞서 기준금리는 2009년 2월부터 17개월간 2.0%로 운영된 바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의 근거로 “올해와 내년 경제를 다시 전망한 결과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갭(실질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의 차이)의 해소 시기가 종전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물가상승 압력이 종전 예상보다 다소 약할될 것으로 예상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 개선이 미흡해 향후 성장세에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와 같은 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4.0%에서 3.9%로 낮췄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종전 1.9%에서 1.4%로 내렸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2.7%에서 2.4%로 수정했다.

◆경기 하방위험에 금리인하로 적극적 대응 = 이 총재는 특히 이번 금리인하가 지난 8월과 마찬가지로 경기 하방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경기 성장 모멘텀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하방 리스크가 우세한 상황이라 경기 모멘텀을 살리려면 지금 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금리 인하는 한은의 경기 인식이 바뀐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은 심각했다. 그는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 3.9%는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의 효과를 반영해 0.2%포인트를 올린 것”이라며 “정책 효과를 제외한다면 성장모멘텀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했다.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의식도 컸지만 무엇보다 이 총재가 금리를 시급히 내린 것은 전방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경제팀과의 정책공조 필요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0월 말 발표되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결과 등 주요 지표를 확인하고 11월에 인하를 검토해 볼 수 있음에도 굳이 10월에 내린 것이다.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2.0%의 기준금리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데 충분하다”고 말해 향후 대외 충격 등 큰 여건 변화가 없는 한 추가 인하에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앞서 4~5월 당시 기준금리 2.5%는 경기회복을 지원하는 데 충분하고 방향성은 인상쪽에 있었다고 밝혔음에도 이후에 두 차례나 내렸다.

채권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대체로 예상했던 수순이라면서 경기 부양 효과가 부진하면 한은이 내년 상반기에 또 한 차례 금리를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고시된 채권금리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42%포인트 내린 연 2.236%를 나타냈다. 5년물 금리는 연 2.451%로 0.045%포인트, 10년물은 연 2.773%로 0.062%포인트 하락했다.

금통위 직전인 최근 며칠간 채권시장에서는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해 채권금리가 많이 떨어졌다는 인식과 이 총재의 금리 인하에 대한 부정적 발언 등으로 인해 채권금리가 상승했었다. 하지만 이날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 이후에도 채권금리가 반등하지 않고 하락세를 보인 것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는데 이보다는 빨리 인하가 단행됐다”면서 “이번 금리 인하에도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부진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내년 초에 한 차례 더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이날 보고서에서 앞으로 성장률이나 물가가 추가 하락할 위험성이 상당히 있을 경우 한은이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잠재성장률 준하는 3%대 중반의 성장률에도 금리인하 왜 = 이번 금리인하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금리인하의 실익이 없고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금리를 내렸다는 지적이다. 최 부총리는 금리문제는 ‘척하면 척’이라고 발언하는 등 연이어 노골적인 구두 압박을 펼쳐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이 총재가 최근 공식화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3% 중반인 가운데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이에 부합한다. 심지어 최 부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 아주 후반’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게 되면 경기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이번 두차례의 금리인하와 정부의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가 맞물리게 되면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빚 우려가 커지게 된다. 한은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717조2000억원으로 7개월 연속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갔다.

한편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서 1명의 위원은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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